우리가 가끔 듣는 말 중에 “참 고약한 사람이야!”란 말이 있다. 이 말의 어원이 재미있다.
정태륭 편저의 ‘한국인의 상말저서’에 의하면, 이 말은 세종대왕 시절 형조참판을 지냈던 고약해(高若海 1377-1443)라는 신하 때문에 만들어진 말이라고 한다.
실록에 의하면 고약해의 반기를 드는 정도가 지나쳤다. 눈을 부라리며 세종을 노려보는 행동은 차라리 귀여운 편에 속했다. 지엄한 어명에도 대꾸도 없이 보란 듯이 휑하니 나가 버리기도 했다.
세종은 평소 격구(말을 타고 하는 공놀이)를 좋아했는데 한번은 고약해가 격구를 폐해야 한다고 고한 적이 있다. 격구는 군사훈련에 도움이 되지 않는 놀이에 불과하니 국왕이 그런 놀이에 빠지면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세종대왕은 그의 주장이 못마땅해 들어주지 않았고, 고약해는 시시때때로 격구 폐지를 주장했다. 처음 간언한 것이 세종 7년이었는데, 세종 12년까지 무려 5년이나 격구 폐지 발언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도 세종은 그를 대사헌이라는 높은 관직까지 올려주었다. 왜 그랬을까?
그래야 다른 신하들도 용기를 내어 간언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세종은 반대가 주는 다양성의 의미를 깊이 알고 있었다.
물론 그랬던 세종도 마음이 거슬린 것은 참을 수 없어서였는지 경우 없이 반론을 펴는 자들을 두고 “고약해 같은 놈”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후 ‘고약한 놈’, ‘고얀 놈’이란 말이 생겼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