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추석 연휴 특별방범 기간, 울산지방경찰청 소속 송근영·김경환 경장은 남구 일대를 순찰하던 중 BMW 차량 1대가 빠르게 주거용 오피스텔 건물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다.
두 경찰관은 이상하다는 직감이 들었고 곧바로 차량조회기로 해당 차량의 번호판을 확인해봤다. 아니나 다를까, 차주는 음전 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해 구속영장이 내려진 A(34)씨로 확인됐다.
A씨는 경찰 조사를 받았으나 이후 검찰 조사에 불응하고 도주해 지난 6월부터 수배가 내려진 상황이었다.
두 경찰관은 A씨를 검거하려고 오피스텔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 해당 차량을 찾은 뒤 건물 관계자에게 차주가 사는 곳을 물어 14층 A씨 주거지로 올라갔다. 현관문을 두드렸지만 대답이 없었다.
두 경찰관은 A씨가 건물 밖으로 나갔을 가능성을 고려해 인근 지역을 순찰하다가 오후 7시께 다시 A씨 집 현관문을 두드렸지만 역시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A씨가 집 안에 있는 것을 확신한 두 경찰관은 일단 의심을 피하려고 지하주차장 A씨 차량 인근에서 잠복 근무를 시작했다.
오후 7시 44분, 갑자기 ‘쾅’하는 소리가 나며 건물이 흔들렸다. 울산 인근 경주에서 규모 5.1의 강진이 발생한 것.
이어서 오피스텔 거주자들이 놀라며 대피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두 경찰관은 침착했다. A씨 역시 지진에 대피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A씨 집 앞으로 올라가서 동태를 살폈다.
마침 그때 오피스텔 관리실에서 대피 안내 방송이 나왔고 조금 뒤 굳게 닫혔던 현관문이 열리면서 A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진 때문에 놀랐던 A씨는 문 앞에 있던 경찰 때문에 다시 한번 크게 놀랐고 결국 연이은 충격에 저항 한번 못해본 채 순순히 붙잡혔다.
“지진 때문에 수배자를 잡을지는 생각도 못했다”는 김 경사는 “A씨 역시 황당하다는 눈치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