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서부 고비사막 가장자리에 자리잡은 간쑤성의 한 마을 주민들은 키가 크고 조각 같은 얼굴에 푸른색 눈과 갈색 머리카락을 갖고 있다.
그 뿐만 아니다. 이들 주민의 DNA 검사 결과 3분의 2 이상이 백인유전자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
2010년 진행된 DNA 감정은 현지의 란저우(蘭州) 대학과 이탈리아가 공동으로 발족한 란저우대학 이탈리아 문학연구센터에서 주최했다. 이 센터는 간쑤성 리젠(驪靬)촌 주민들이 2 천년 전 로마군의 후예인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들의 ‘로마군 후예설’을 최초로 제창한 것은 영국 옥스포드 대학의 중국역사 전문가 호머 H 더브스 교수다. 기원전 53년 로마 집정관 크라수스의 아들을 비롯한 로마 황실군의 병사들이 파르티아 왕국(현재 이란, 이라크)과 전쟁 후 패해 도주하다가 흉노족들에 의해 포로로 잡힌 뒤 이 마을에 정착해 살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후한서(後漢書) 등에는 한나라 원제의 명령으로 서역 지방 개척에 나섰던 서역 부도호 천탕(陳湯)이 기원전 36년 골칫거리이던 흉노를 대파시키면서 머리가 노랗고, 코가 우뚝한 이상한 모습의 병사 1000여명을 사로잡은 것으로 나와 있다. 천탕은 집단 부락을 만들어 이들이 생활할 수 있도록 배려했고, 이름을 ‘리첸’현이라고 붙였다.
더브스 교수의 ‘로마군 후예설’은 50년대에 발표했지만 주목받지 못하다가 2006년 중국 언론에서 보도해서야 겨우 빛을 보게 됐다.
‘후예설’을 지지하는 근거로, 리젠촌 근처에서 발굴된 융창서한묘(永昌西漢墓)를 들 수 있다.
더브스 교수는, 서한묘에 묻혀 있는 시신은 체격이 크고 미골이 튀어나왔으며 턱이 네모진 특징을 갖고 있어 로마 제국 군인들의 무덤이라고 추측했다. 또, ‘리젠’이라는 마을 이름도 고대 중국인이 로마인을 부르는 말이며 이번 DNA 감정의 결과 역시 ‘후예설’을 뒷받침 하고 있다.
한편 리젠 마을 주민들은 그동안 중국인들과 비교해 피부 색깔이 붉고, 키가 크며, 코가 우뚝 솟고 갈색 머리여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었다.
그러다 학자들의 연구로 자신들이 로마 집정관의 후예임이 밝혀지자, 마을 전체가 경사 분위기에 빠졌고 이후 로마를 주제로 각종 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