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자 묘지에 웨딩드레스 입고 나타난 여성의 사연

By 이 충민

메릴랜드주 에미츠버그에 있는 국립 순직소방관 추모공원에 한 여성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나타났다.

제시카 패지트(25)라는 이 여성은 묘지에 잠들어 있는 약혼자 켄들 제임스 머피와 당일 원래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다.

패지트의 웨딩드레스 사진은 머피의 어머니가 요청한 것으로, 약혼자를 잃은 비통과 슬픔이 담긴 이 사진이 공개되지 많은 네티즌들은 눈물을 글썽였다.

머피와 4년 넘게 사귀었다는 패지트는 지난 2016년 꿈에 그리던 프러포즈를 받았고 두 사람은 이날을 결혼식 날짜로 잡고 결혼을 차근차근 준비하기 시작했다.

당시 머피는 보험 판매원으로 일하면서도 직업 소방관인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지역 소방서에서 자원봉사 소방관으로 활동했다.

작업치료 보조사로 일하고 있는 패지트는 시간을 쪼개 소방관으로 활동하는 그가 자랑스러웠다.

그러던 지난해 11월 10일, 패지트는 머피의 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아이를 몇 명이나 낳을까 등을 논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집에 돌아왔고 곧 머피에게 잘 도착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그의 답장은 10분이 지나도록 오지 않았고 그녀는 머피가 피곤해 먼저 잠든 줄로 생각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몇 분 뒤, 그녀에게 충격적인 전화가 걸려왔다. 머피가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머피는 그녀가 집을 나서자마자 지역 몽고메리 자원봉사 소방서로부터 도움을 요청받았다. 인근 지역에서 사고가 발생해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

이에 머피는 즉시 차를 타고 현장으로 급히 출동했다. 하지만 그는 요청을 받고 출동하던 또 다른 자원봉사 소방관 콜비 브레이크의 차량과 충돌해 현장에서 즉사하고 말았다.  콜비 브레이크는 당시 음주운전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머피는 미국 순직소방관재단(NFFF)에 의해 순직을 인정받아 국립 순직소방관 추모공원에 안장됐다.

그의 묘비에는 ‘가족,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 신의 이타적인 사람’이라는 글귀가 새겨졌다.

머피의 어머니는 장례를 치른 후 아들을 떠나보낸 깊은 슬픔에 빠졌지만 약혼자를 잃은 패지트를 생각하니 너무 안쓰러웠다.

머피의 어머니는 사진 작가 맨디 크넵에게 결혼식 예정 날짜에 패지트와 아들의 묘지에서 사진 촬영을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머피에게 경의를 표하고 패지트의 치유를 돕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 맨디는 패지트의 동의를 구했고 이후 사진 촬영이 이뤄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