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한 주택가 작은 놀이동산이 아이들의 ‘천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73살 할아버지가 홀로 꾸민 공간이지만 롯데월드 등 대형 놀이공원이 부럽지 않다. 최근에는 부산은 물론 전국 곳곳의 아이들이 몰려오고 있다.
이춘재(73·사진) 할아버지가 2004년 2월 3465㎡(약 105평) 공간에 손수 지은 놀이동산에는 ‘퐁퐁’이라 불리던 트램펄린 8개, 그네 7개, 미끄럼틀 3개, 투명동굴 1개가 있다.
놀이기구는 최대한 재활용품을 활용해 만들었다. 미끄럼틀은 수도관 파이프, 그네는 폐타이어와 어망을 주재료로 했다.
요금은 1000원을 받지만, 시설물 유지보수에 주로 사용한다. 한국종합유원시설협회는 이미 2005년 이곳을 유원지로 등록했다. 안전성도 ‘공인 인증’을 받은 셈이다.
아이들이 많이 찾아오는 만큼 할아버지는 직접 안전 요원 역할까지 하시며 놀이동산을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10년이 넘었지만 안전사고 한번 없었다고.
할아버지의 아내는 “여기에 집을 짓든지 팔아서 다른 거 하면 편할 텐데 기어이 놀이동산을 꼭 하겠다고 했다”며 “아이들이 노는 게 그렇게 좋아 보이나 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할아버지는 자신이 만든 놀이동산에서 아이들과 함께 놀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놀이동산을 만든 데에는 아픈 사연이 있었다.
할아버지가 놀이동산을 만든 건 죽으라고 일만 했던 어린 시절이 떠올라서다. 경남 하동에서 태어난 할아버지는 일곱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지게질을 배웠고, 열세 살부터 남의 집살이를 하며 다른 아이들처럼 마음껏 놀아본 적이 없었다.
큰누나는 열여섯 살에 시집가고, 작은누나는 수양딸로 보내졌고, 형님과 남동생은 어린 나이에 일찍 세상을 떠나 가족과도 정을 나누지 못했다.
할아버지는 “내 어린 시절 추억은 지나가 버리고 고생만 했지만 저 아이들은 나 대신 저렇게 즐겁게 놀아주는구나 그렇게 생각하면 기쁘다”며 놀이공원을 만들게 된 속마음을 이야기했다.
할아버지의 머릿속은 지금도 새로운 놀이기구에 대한 구상으로 가득하다. 할아버지는 “사는 동안 놀이공원을 운영하며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이미지=SBS ‘세상에 이런 일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