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린 아들을 남겨놓고 세상을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는 한 남편의 글이 올라와 네티즌들의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이 아내는 엄마의 힘이었는지 아들의 생일 축하 노래에 기적처럼 의식을 되찾기도 했다. 내용을 정리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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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34살이었던 아내가 뜬금없이 폐암 4기진단을 받았습니다. 진단 전까지 전혀 증세가 없었고 옆구리가 아프다고 동네병원갔다가 정밀검사를 받아보니 폐암 4기 뇌, 임파선, 척추, 간 등에 전이된 상태라고 했습니다.
비흡연자였던 아내가 폐암이라니 처음에는 너무 황당하고 거짓말 같았습니다. 아들을 끔찍히 아끼던 아내는 자기는 절대 죽을 수 없다며 항암, 방사선 등 모든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았지만 병세는 악화될 뿐이었습니다.
병원에서 더이상 손쓸 수 없는 상황이고 얼마 안 남은 것 같다며 호스피스로 옮기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끝까지 자기는 죽지 않는다며 아들을 놔두고 떠날 수 없다고 몸부림 치더니 10월 3일날 갑자기 저와 장모님 앞에서 유언같은 말을 한 마디 남기더니 그 뒤로 말을 못하더군요.
10월 4일 집근처에 있는 호스피스로 아내를 옮기고 영양제와 진통제를 계속 투여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진통제 양은 늘어나는데 아내는 통증을 더 느끼기며 괴로워했고 10월 10일쯤 거의 의식을 잃었습니다.
10월 11일쯤부터는 양쪽 동공 빛반응이 사라져버려서 양쪽 시력을 잃은 상태가 되었지요. 갈수록 망가져 가고 고통스러워하는 아내를 보며 장모님과 저는 하루 빨리 아프지 않은 곳으로 가라고 기도했습니다.
아내의 생일은 10월 16일입니다.
15일 저녁에 제가 아내 귀에 대고 말했습니다. “그래.. 기왕 버틴거 그냥 내일 당신이 그렇게 사랑하는 아들내미한테 생일 축하는 받고 떠나.”
16일 아침 저는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전날 준비해뒀던 조각케익을 챙겨 아들과 함께 아내가 있는 병실로 왔습니다.
그리곤 케익에 초를 붙여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줬습니다. 당시 저와 아들, 장모님, 처제, 저희 부모님이 계셨습니다.
아들은 “사랑하는 엄마의 생일 축하합니다”라며 노래를 부르고 엄마 볼에 뽀뽀를 해줬습니다.
생일축하를 마치고 저는 아내 손을 잡고 “이제 행복하지? 그만 아프고 이제 편한 곳으로 가”라고 속삭여주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머니가 “OO이 눈떴다!”라고 말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5일간 의식 없이 눈 한번 안 떴던 아내가 눈을 크게 뜨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무슨 영화 드라마도 아니고 정말 놀랐습니다.
아들한테 엄마가 눈을 떴으니 다시 생일 축하 노래 한 번 불러주자고 해서 다시 노래를 불러줬습니다.
그랬더니 아내가 뭔가 아들한테 하고 싶은 말(분명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겠죠)이 있었는지 입을 벌리는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들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려 하더니 체력이 빠졌는지 갑자기 헉헉하며 거친 숨을 내밷으며 고통스러워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이 엄마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는 게 힘들어 보여 아내에게 “여보, 나 훈이 어린이집 보내주고 올께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하고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주고 돌아오는 길에 아내는 심정지가 왔고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버렸습니다.
자기 태어난 생일날, 5살짜리 아들이 귀여운 목소리로 부른 생일축하 노래를 듣고 30분만에 하늘나라로 가버린 것이었습니다.
아내는… 자기가 낳은 죽고 못사는 이쁜 아들의 생일축하를 받기 위해 그 끔찍한 고통속에서 몇날 며칠을 참았던 것 같습니다.
엄마의 힘이었나봅니다.
이후 남편은 아내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하늘에 있는 사랑하는 여보. 내 나이 37에 5살짜리 개구쟁이 혼자 키우게 생겼어. 아직 하고 싶은 것, 할 것도 너무 많은데 무심하게 벌써 떠나니… 나 최선을 다해서 우리 아들 엄마 없다는 소리 안 듣게 잘 키울게. 지켜봐줘. 11개월 째 휴직 중인 회사 다음 달에 드디어 복직한다. 회사에는 당신 살려서 복직하겠다고 큰소리치고 휴직계 냈는데 결국 이렇게 떠나보내고 복직하게 됐네. 올해가 당신 만난 지 10년 되던 해였는데… 연애 5년, 결혼 5년 참 짧네. 아들은 엄마 하늘나라 갔다니까 그럼 언제 오냐고 묻네. 갔으니까 다시 오는 건 줄 아는데… 몇 년이나 지나야 당신이 떠난 걸 이해할 나이가 될지 모르겠어. 잘 지내.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