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호주인이 7월 9박10일 일정으로 관광차 한국을 처음 찾았다. 인천공항 출국장을 빠져나온 그는 서울 종로에 있는 호텔로 가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던 한 콜밴 기사가 접근해 ‘택시가 필요하느냐’고 물어와 그는 그렇다고 했고 곧 그의 차량에 탔다.
기사는 이 호주 관광객이 콜밴에 올라타자 미터기를 켰다. 서울로 향하는 도중 영수증을 한 번 끊었고, 26분 뒤 호텔에 도착하자 다시 한 번 끊은 뒤 두 장의 영수증을 뒷좌석으로 내밀었다.
이 호주인이 확인한 영수증 두 장에 적힌 금액은 각각 11만원과 12만5천원으로 총 23만5천원에 달했다. 이 구간 통상 요금 8만5천원의 거의 3배에 달하는 액수였다.
이 호주 관광객은 “영수증 두 장을 모두 지불해야 하나요?”라고 물었고 기사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그 자리에서 23만5천원을 냈다.
일단 택시에서 내린 그는 아무래도 액수가 이상한 것 같아서 호텔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호텔 측이 신고하면서 조사가 시작됐다.
서울시는 호텔과 고속도로 톨게이트 CCTV를 분석해 해당 기사 차량을 확인하고 3일 뒤 집 근처에서 그를 적발했다.
조사 결과 기사는 택시 미터기를 콜밴에 장착해 운영하고 있었는데, 미터기에는 지난해 이미 말소된다른 차량 번호를 입력한 상태였다. 이 미터기는 일반 미터기보다 요금 증가 속도가 2∼3배나 빨랐던 것.
기사는 조사 과정에서 “영수증이 출력됐길래 뒷좌석에 놨고, 그 외국인이 이를 보고 돈을 낸 것”이라고 잡아뗐지만 서울시는 이 기사를 부당요금징수, 요금사전신고 미이행, 택시유사표시행위, 화물운송자격증 없이 운전업무 종사 등으로 관할 구청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한편 이 호주인 관광객은 1주일 뒤 정상 요금과의 차액인 15만원을 돌려받게 됐지만 놀라운 결정을 내렸다.
그는 “제가 이 돈을 갖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대신 이 돈을 장애가 있는 어린이들에게 기부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뜻을 밝혔다.
서울시는 이 호주인 관광객의 뜻에 따라 15만원을 서울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