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여성 크리스틴 지아신 리는 6년 전, 18세 나이에 호주로 홀로 유학을 떠났다.
평범한 대학 생활을 하던 그녀는 우연히 자신의 통장에서 돈이 무한히 인출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은행의 전산 오류 탓이었다.
은행의 실수를 깨달은 그녀는 대범하게도 가장 먼저 월세 300만 원짜리 펜트하우스로 이사했다.
이후 크리스틴은 명품을 쇼핑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비밀 계좌를 개설해 일부를 이동시킨 뒤 나머지 돈을 모두 쇼핑에 사용했다.
크리스틴은 심지어 남자친구에게 포르쉐를 사주기도 했다.
은행 측은 크리스틴이 돈을 마음껏 인출해 사용한다는 점을 11개월이나 파악하지 못하다가 그녀가 자신의 페이팔 계좌에 하루 사이 14차례에 걸쳐 115만 호주달러(약 9억5천만 원)를 이체하고서야 문제를 알아챘다.
경찰이 습격한 그녀의 집은 수십억 원어치의 온갖 명품으로 가득 차 있었고 갖고 있던 물품들은 모두 당국에 압수됐다.
그녀가 3년 동안 사들인 명품 옷, 구두, 가방, 자동차, 보석, 오토바이 등을 모두 더하면 52억 7천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틴은 “부자인 부모가 계속 통장에 돈을 넣어주는 줄 알았다”고 항변했지만, 그녀의 부모는 말레이시아 중산층으로 알려졌다.
크리스틴은 곧 재판에 넘겨졌지만 호주 검찰은 그녀를 결국 기소하지 못했다. 크리스틴과 마찬가지로 인출 한도가 설정되지 않은 계좌를 이용해 210만 호주달러(약 17억4천만원)를 빼 쓴 혐의(사기)로 기소됐던 호주 남성이 무죄 판결을 받자 재판을 포기하기로 했기 때문.
재판부는 이 남성이 인출 한도가 설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은행에 알릴 의무가 없는 만큼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자유의 몸이 된 크리스틴은 가족이 있는 말레이시아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의 기소 취하 조치와 무관하게 민사 관련 소송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웨스트팩 은행은 성명을 통해 검경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크리스틴으로부터) 자산을 회수하기 위해 민사 소송을 포함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