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선 컵라면을 ‘도쉬락’이라고 불러요”

By 이 충민

러시아에서 성공한 한국 제품으로는 오리온 초코파이, 오뚜기 마요네즈와 캔음료 레쓰비와 밀키스 등을 들 수 있다. 그중 가장 크게 히트한 것이 바로 팔도 도시락이다.

러시아에서는 컵라면 하면 ‘도쉬락(Доширак)’이라 할 정도로 일반명사화 됐다. 복사기를 제록스라 부르는 것과 흡사한 언어현상으로 가히 러시아의 국민 라면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을 정도의 위상이다.

팔도 도시락이 이렇게 인기가 있게 된 이유는 소련 해체 후 러시아에 일기 시작한 개방의 물결 속에 부산항 등을 오가는 보따리상 및 선원들을 통해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사각 형태의 팔도 도시락은 모양이 기존 러시아 선원들의 휴대용 수프 용기와 비슷했다. 또한 별도의 뚜껑이 있어 흔들리는 배와 기차 안에서 먹기에도 편했다. 또 러시아는 넓고 추운 나라라 장거리 여행 중 어디에서나 뜨거운 물을 받기도 쉬웠다.

러시아 마트에서 팔도 도시락을 고르고 있는 러시아인. 라면 코너의 중심자리에 팔도 도시락이 배치돼 있다.(팔도)

실제 2013년 도시락의 러시아 지역 매출은 1,900억 원에 달해 국내 판매액(50억원)의 38배를 팔았고, 러시아 용기라면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1년 판매량은 3억 개가 넘어 러시아 국민(1억5000만명) 한 명당 1년에 2개씩 먹은 셈이다.

2015년 도시락 광고. 빅토르 안을 모델로 현대자동차 솔라리스, 삼성 갤럭시 등을 경품으로 내걸고 있다.(팔도)

물론 맛도 한몫 했다. 또 한국에서 생산되는 다른 라면들에 비해 덜 맵고 심심한 맛이 러시아 사람들 입맛에 딱 맞아떨어졌다.

덜 맵고 부드러운 맛을 좋아하는 러시아인들의 입맛을 고려해 닭 육수 베이스의 하얀 국물 ‘도시락 치킨 맛’을 개발하거나, 한국의 고추장처럼 마요네즈를 좋아하는 러시아인들을 위해 마요네즈를 넣은 ‘도시락 플러스’를 출시하시도 했다.

참고로 러시아 사람들은 나무젓가락 대신 용기 안에 들어 있는 플라스틱 포크로 라면을 먹는다.

관련 영상: 도시락을 러시아 식으로 먹어보기

1. 팔도 도시락에 라면 스프, 후레이크를 뿌린다.
2. 프랑크 소시지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넣는다. 보통 도시락 용기 크기를 생각하면 두 개가 적당하다.
3. 뜨거운 물을 붓고 거기에 마요네즈를 뿌려 뚜껑을 덮은 뒤 2분 정도 기다린다.
4.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