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한국 고아원에서 따로 미국에 입양돼 헤어져 살던 자매가 미국 플로리다의 한 병원에서 같은 간호사로 기적적으로 상봉했다.
지난 2015년 미국 언론 새러소타 헤럴드 트리뷴은 한인 입양 자매의 불가사의한 상봉 이야기를 집중 보도했다.
언니 홀리 하일 오브라이언(46·한국명 신복남) 씨는 병약한 어머니와 잡화점을 운영하는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알코올 중독에 빠진 아버지 때문에 가족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오브라이언 씨가 2살이 되던 해, 어머니는 불화의 고통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는 아내와 사별 후 바로 재혼했다. 그로부터 1년 뒤 동생 미건 휴즈(44·한국명 신은숙) 씨가 생겼다. 새로운 가정을 이뤘지만 아버지의 모습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고 집안에서 풍기던 술 냄새도 여전했다.
이후 이복동생 휴즈 씨는 아버지와 불화 끝에 새엄마와 함께 집을 떠났고, 아버지는 만취 상태에서 기차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
양부모를 모두 잃은 오브라이언 씨는 결국 고아원에 보내졌다. 동생 휴즈 씨도 당시 어머니와 집을 나선 후 극심한 생활고 끝에 역시 고아원에 맡겨졌다.
동생 휴즈 씨는 이후 5살이던 1976년 먼저 뉴욕주 킹스턴에 있는 한 가정으로, 언니 오브라이언씨는 9살이던 1978년 버지니아주의 알렉산더에 있는 가정으로 각각 입양됐다.
당시는 한국에서 많은 고아들이 미국으로 입양을 가던 시절이었고 이들은 모두 좋은 양부모를 만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그렇지만 이들은 서로를 늘 그리워했다. 오브라이언 씨와 가족들은 어려서 헤어진 동생을 찾기 위해 한국 보육원을 수소문하는 등 노력했지만 당시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노력은 매번 허사였다.
어느 날, 휴즈 씨도 악몽을 꾸고 잠에서 깨어나 그녀의 양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다.
“꿈에서 엄마가 아빠가 돌아가셨다고 얘기하셨어요. 제 기억으로는 언니가 한 명 있었던 것 같은데 언니를 꼭 찾고 싶어요.”
양부모는 그 길로 관련기관을 찾아 과거 기록을 문의했지만 역시 기록을 찾을 수 없었다.
약 500km 떨어진 곳으로 각각 입양된 이들 자매는 드넓은 미국 땅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었지만, 결국 서로 존재를 잊고 다른 환경에서 성장했다.
세월은 그렇게 흘러 2015년 초, 오브라이언 씨는 플로리다주 포트 샬롯에 있는 닥터스 병원에 간호사로 채용됐다. 두 달 뒤 같은 병원에 휴즈 씨도 채용됐다. 하지만 각기 다른 병동에서 근무했던 이들 자매는 9개월이나 서로의 존재를 몰랐다.
어느 날 오브라이언씨는 한 환자에게서 “또 다른 한인 간호사가 있으니 한 번 만나보는 게 좋겠다”는 말을 듣고 휴즈씨에게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이렇게 이 둘은 서로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이야기를 나누던 중 서로 한국에 대한 기억이 매우비슷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휴즈 씨는 당시 대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대화를 나누며 가장 신기했던 점은 우리의 결혼 전의 성이 똑같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늘 언니에 대한 기억을 믿고 있었고, 어쩌면 내 앞에 있는 이 사람이 오래 전에 헤어진 언니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오브라이언 씨도 잃어버린 동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DNA 테스트를 해보자고 권유했고 검사를 통해 두 사람은 친자매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40년 만에 동생을 찾은 오브라이언씨는 “이번 기적을 통해 신께서 계신다는 강한 믿음을 갖게 됐다”며 기뻐했고, 휴즈씨도 “그렇게 오랜 세월동안 찾아 헤매던 언니가 같은 직업의 동료로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고 감격했다.
40여간 생이별한 채 살아온 두 자매가 그 누구도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서로를 다시 만나게 됐다. 정말 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