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드라이브를 건 이후 ‘전력산업기반기금’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전기사업법 제48조부터 제52조에 근거해 전력산업 기반조성 및 발전에 필요한 자금을 쌓는 기금이다. 보통 전기요금(기본요금+전력량요금)에서 3.7%를 따로 떼 적립한다. 이 기금의 운용과 관리는 전력기금사업단이 위탁하고 있다.
즉 국민들에게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할 수 있도록 일종의 ‘비상금’을 비축해 두는 것이다. 그런데 2018년 4조 1000억여 원이던 기금이 2021년에는 3조 7770억 원으로 대폭 줄었다.
이 같은 기금 감소는 문재인 정부 말기부터 두드러졌다. 2018년 4조 1000억여 원, 2019년 4조 5000억 원, 2020년 4조 513억 원이던 기금이 2021년 들어 3000억 원 이상 줄어든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올해는 기금이 1조 8171억 원으로 줄어들고 내년에는 8324억 원, 그리고 2024년이면 완전히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정부에서 전력기금을 신재생에너지 지원에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기금 고갈 사태를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전력기금은 공적 사업 유지가 본래 목적인데, 전임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원자력발전소에서 생긴 손실 보전, 한전공대 설립·운영 비용에도 전력기금 사용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받은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년~2021년) 신재생에너지에 들인 예산은 총 5조 8천억 원으로 확인됐다. 지난해부터는 전기차 보조금 같은 지원 사업에도 연간 1조 5074억 원이 추가로 편성됐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취약 계층 지원을 위해 전력기금을 활용하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공사는 현재 장애인·국가유공자·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 계층에게 제공하는 전기 요금 복지 할인에 연간 7000억 원을 지출하고 있다.
정부가 한전의 경영 개선을 위해 내년부터는 기금에서 이를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금 잔액이 8000억 원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지원이 쉽지 않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사업자가 복지 할인을 부담하는 게 원칙이지만 전기를 팔면 팔수록 적자가 쌓이는 상황에서 한전이 다 부담할 수 없다”며 “전력 산업의 지속 발전이라는 취지나 해외 사례를 봤을 때 앞으로 기금으로 취약 계층을 지원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