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 평택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소스 배합기에 끼어 사망했다.
사고가 완전히 수습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공장은 사고 다음 날 바로 기계를 가동했다.
직원들은 동료가 죽은 사고 현장 바로 옆에서 평소처럼, 그것도 같은 배합기를 사용해 빵을 만들어야 했다.
지난 15일 새벽 6시 20분께 국내 제빵업계 1위 SPC 그룹 계열사 SPC 경기도 평택 공장에서 샌드위치 소스를 혼합하던 A(23)씨가 상반신이 혼합기에 끼여 숨졌다.
해당 작업은 2인 1조가 원칙이었다.
사고는 동료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A씨의 앞치마가 혼합기에 끼여 빨려 들어가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가 난 공장은 파리바게뜨에 빵 반죽과 재료를 납품하고 있다.
공장에는 총 9개의 소스 혼합기가 있었고, 그중 2대는 덮개를 열면 자동으로 기계가 멈추는 자동방호장치(인터록)가 있었다.
A씨가 끼인 혼합기는 인터록이 없는 7대 중 한 대였다.
해당 공장은 사고 다음날, 곧장 기계 가동을 재개했다.
노동부가 인터록이 없는 7대에 대해서만 작업중지 명령을 했다며, 나머지 2대로 소스 배합 작업을 시작한 것.
한 동료직원은 “사람이 죽은 상태에서 그걸 보면서 작업한다는 게 도저히 참을 수 없더라. 바로 하루 전에 돌아가셨는데”라고 비참한 심경을 토로했다.
사고 현장을 방문한 정치권 관계자도 “국과수 감식이 아직 끝나지 않아 선혈도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인데, 그 옆에서 직원들은 빵을 만들고 있다”며 “동료들의 정신적 트라우마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이날 오후 뒤늦게 나머지 2대 혼합기에 대한 작업중지를 명령하고 사고가 발생한 3층 전체의 공정 중지도 권고했다.
해당 공장에서는 사망 사고 일주일 전에도 비슷한 끼임사고가 발생해 사고예방조치가 미흡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파리바게뜨 노조는 지난 11일 SNS에 “파리바게뜨 반죽 공장인 평택SPL에서 직원의 손이 기계 벨트에 끼이는 산재사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사측의 대응을 문제 삼으며 “즉시 119에 신고하고 병원에 보내지 않았으며, 관리자가 다친 사람을 포함해 사람들을 집합시킨 뒤 30여 분간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끼임 사고로 세상을 떠난 A씨는 어머니와 고등학생 남동생과 살아가며 생계를 책임지던 가장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