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코스튬’인 줄 알아서… 진입 늦어졌던 경찰·소방 인력

By 연유선

“저거 진짜야? 가짜지? 핼러윈 복장이지? 이러면서 사람들이 비키질 않는 거예요”

10월29일 밤 일어난 이태원 참사의 피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가 실제 경찰과 핼러윈 코스튬(복장)을 구분 못한 시민들의 오해라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 이태원 참사는 성인 5∼6명 정도 지나갈 법한 좁은 골목에 빽빽하게 인파가 몰리면서 손쓸 틈 없이 사고가 발생했다.

게다가 이태원 일대에 10만명 이상이 운집해 교통이 마비되고 구급대가 현장에 진입하는 데 차질을 빚으면서 인명 피해가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사고 직후 현장에 있던 이들이 소음 탓에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해 현장 근처에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 것도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친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사고 현장 근처에 있었던 20대 김모씨는 “가게에서 흘러나오던 음악 소리가 워낙 컸고, 수많은 인파로 인해 온갖 소음이 다 들렸다”며 “그냥 길을 다닐 때도 발 디딜 틈도 없기 때문에 압사가 일어난 곳에서 들려온 비명도 그런 수준인 줄 알았다”고 전했다.

이어 “알고 보니 상황이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사람들이 축 처진 모습을 보고 나서야 심각한 상황임을 인지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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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특성상 코스튬(의상)을 입은 이들이 많아 실제 경찰관과 소방관을 핼러윈 연출로 착각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온라인엔 “누가 와도 코스튬플레이라고 생각했다”는 현장 목격자들의 증언도 나왔다.

이같은 ‘경찰 코스프레’는 엄연히 범법 행위다.

경범죄처벌법 제3조 1항에 따라 자격이 없으면서 법령에 따라 정해진 제복, 훈장, 기장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을 사용한 사람은 관명사칭에 해당돼 1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해진다. 그 중에서도 특히 유사 경찰 제복은 더 무거운 형량이 적용될 수 있다.

2015년 말 시행된 경찰제복장비법에 의해 누구든지 유사 경찰 제복∙장비를 착용한 사람은 6개월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될 수 있다.

게다가 이를 만들거나 판매∙대여한 사람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이처럼 7년 가까이 위법으로 간주되고 있는 행위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