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가뭄 뒤 대지진 온다”…’한진이론’ 중국서 공포 확산

By 연유선

SBS 뉴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이 60여 년 만의 큰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대지진 공포도 확산하고 있다.

충칭의 낮 최고 기온이 섭씨 45도를 기록하는 등 유례없는 폭염이 석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반면, 강우량은 예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면서 가뭄 피해가 극심하다.

‘대륙의 젖줄’이라 불리는 양쯔강의 수위는 1865년 수위를 관측하기 시작한 이래 15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중국 최대의 담수호 포양호의 면적도 3,500㎢에서 737㎢로 5분의 4가 줄어들었다.

신화뉴스

“큰 가뭄 뒤에는 큰 지진이 온다”는 이론은 이른바 ‘한진이론(旱震理論)’이다.

이 이론은 1972년 겅칭궈라는 사람이 만들었다. 겅칭궈는 중국과학기술대 지진학과를 졸업한 뒤 베이징관좡 지진전조예측소 초대 소장 등을 지냈다.

그의 이론은 한마디로 ‘큰 지진은 반드시 큰 가뭄 뒤에 온다’는 내용이다.

규모 6.0 이상 지진이 발생한 진원지는 지진이 발생하기 1~3년 전 가뭄을 겪은 건조한 지역이 많았고, 가뭄이 길수록 지진의 규모도 커진다는 의미다.

연합뉴스

겅칭궈는 이론의 근거로 ‘지열 기원설’과 ‘운(雲)실효과 기원설’을 제시했다.

‘지열 기원설’은 지하 마그마의 활발한 활동으로 해당 지역의 온도가 높아져 가뭄이 발생하며, 이런 마그마의 활동은 지각을 얇게 만들어 지진이 발생하기 쉽다는 가설이다. 때문에 가뭄 뒤에 지진이 온다는 것이다.

‘운실효과 기원설’은 지표의 응력이 축적되면 라돈 가스가 방출돼 지진운을 형성하는데, 이 라돈 가스가 강우량을 줄여 지역적 가뭄을 유발한다는 가설이다. 즉, 단층 활동으로 지진이 발생하기 전 방출된 라돈 가스가 가뭄을 불러온다는 것으로, 이 역시 가뭄과 지진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는 이 이론으로 24만 명이 숨진 1976년 탕산 대지진을 예측했으며, 2008년 원촨 대지진(쓰촨성 대지진)에서도 이 이론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1976년 탕산 대지진/ 연합뉴스

중국 소셜 미디어에는 ‘큰 가뭄 뒤에 정말 큰 지진이 일어나느냐’는 게시물이 급증했다.

‘지진이 발생하기 전 지하의 많은 열에너지가 방출돼 비정상적인 날씨를 유발한다’, ‘가뭄으로 강수량이 줄면 지하 수위가 변해 단층대의 활동을 가속화한다’는 논리들이 속출하고 있다.

또 ‘한진이론’의 구체적인 내용을 인용해, 큰 가뭄이 든 뒤 3년 안에 대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84.8%에 달한다는 내용도 있다. 26일 오후 ‘큰 가뭄 뒤에 반드시 큰 지진이 발생합니까? 믿을 수 있습니까?’라는 검색어가 바이두 검색 순위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펑파이

중국 관영 매체들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인터넷 매체 펑파이는 ‘한진이론’을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한진이론에선 가뭄이 발생한 건조 지역과 규모 6.0 이상 지진이 발생한 지역의 상관 범위를 25만 2,000㎢로 정의했는데, 이는 넓어도 너무 넓다고 펑파이는 지적했다.

이 이론대로라면 어떤 도시에서 큰 가뭄이 발생한 뒤 283km 떨어진 곳에서 지진이 발생해도 논리가 입증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