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어느 날 충남 보은여중고 후문 앞. 새벽에 와장창 소리나 나며 한 구멍가게 유리창이 깨졌다.
그 후 어둠을 틈타 한 학생이 가게로 뛰어들어 닥치는대로 과자를 훔쳤다. 이곳은 인적이 뜸해 어느 누가 지켜보거나 신고하는 사람도 없었다.
다음날 주인 이씨는 가게 꼴을 보고 깜짝 놀랐지만 그의 가게는 밤이 되면 출입문 자물쇠가 뜯겨 나가고, 과자나 빵 등을 도둑맞는 일이 가끔 있었다. 그날 역시 또 철없는 아이들의 소행이라 생각해 신고하지 않았다.
손해가 적지 않았지만, 이씨는 자비를 들여 유리창을 보수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영업했다.
15년이나 지난 지난해 여름, 이씨는 최근 집 앞 우편함에 들어있던 편지를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발신인 없는 편지에는 오래 전 그가 운영하던 구멍가게 유리창을 깨고 과자를 훔쳤다는 한 시민의 참회 글과 함께 현금 25만원이 들어있었던 것.
“철없던 시절 유리창을 깼어요. 과자값과 유리값 25만원을 변상해 드립니다. 잘못했습니다. 굉장히 후회 많이 했습니다.”
또박또박한 문체로 인쇄된 참회 편지에는 당시 행동에 대한 깊은 반성이 담겨 있었다.
이씨는 “편지의 주인공이 당시 유리창을 깼던 학생인 것 같다”며 “이미 구멍가게를 접었는데, 당시 일을 잊지 않고 사죄의 글과 과자값을 보내준 젊은이에게 되레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편지의 주인공이 당시 사건 때문에 오랜 시간 죄책감에 시달린 것 같다. 이번 일로 내가 큰 감동을 받았으니 이제는 마음의 부담을 떨쳐내길 바란다”며 용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