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고대인들이 비행기나 컴퓨터 등 현대 기계들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기원전 400년경 쓰인 중국 고전 ‘열자(列子)’에는 현대 로봇보다 뛰어난 정교한 로봇이 존재했다는 기록이 있다.
열자 ‘탕문편’에는 주(周)나라 제5대 왕인 목왕(穆王)과 로봇의 만남이 기재되어 있다. 어느 날 목왕이 곤륜산 너머 먼 서쪽까지 갔다가 중원으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도중 들른 한 제후국에서 ‘언사(偃師)’라는 기술자를 바치고 싶다고 청했다. 목왕이 이를 허락하자 언사는 목왕에게 자신이 만든 ‘말하는 인형’을 선보였다.
인형의 턱을 만지자 인형은 노래를 불렀고 팔을 들어 올리면 춤을 췄는데 진짜 인간 같았다. 그러나 시연이 끝날 무렵 인형은 목왕 옆에 있던 후궁들에게 추파를 던졌다. 그러자 목왕은 격노해 “이것은 인형은 아니고 인간임이 틀림없다”면서 언사를 죽이려 했다.
놀란 언사는 황급히 인형을 분해해 목왕에게 보여주었다. 목왕이 보니 인형은 모두 가죽이나 나무를 아교와 옻으로 붙여 만든 것이었다.
또 자세히 보니 인형의 간장, 심장, 폐, 비장, 신장, 장, 위, 근골, 사지, 피부, 치아, 머리카락 등이 모두 모조품이었지만 인간의 신체 구조와 같았고 빠진 부분이 없었다. 다시 이 부품들을 조립하자 또 노래하고 춤을 출 수 있는 인형이 됐다.
목왕이 시험 삼아 인형의 심장을 떼어내자 인형은 말을 하지 못했고, 간장을 떼어내자 눈이 보이지 않았으며 신장을 떼어내자 걷지 못했다.
목왕은 크게 기뻐하며, “인간의 기교가 조물주에게 필적하는구나(人之巧乃可與造化者同功乎)”라고 감탄하며 언사의 재능을 칭찬했다.
중국 고대의 로봇 기록은 이뿐만이 아니다. 송나라의 시인 범성대(范成大)의 ‘계해우형지(桂海虞衡志)’에 따르면 삼국시대 유명한 참모 제갈량의 부인 황 씨는 직접 다양한 로봇을 만들어 사용했다.
어느 날 제갈량이 황 씨의 집을 방문했을 때였다. 문을 연 순간 사나운 개 두 마리가 정면에서 달려들어 깜짝 놀랐다. 곧 여종이 달려 나와 개의 머리를 쓰다듬자 개들은 즉시 온순해졌다. 제갈량이 자세히 보니 이 개들은 정교하게 만들어진 나무인형이었다.
또 황 씨는 갑자기 많은 손님이 들이닥쳐도 기다리게 한 적이 없고 식사를 매우 빨리 준비할 수 있었다. 손님들이 그 빠른 몸놀림에 놀라 가끔 부엌을 들여다보면 나무인형 몇 개가 황 씨를 돕고 있었다고 한다. 황 씨는 절구 찧는 나무 당나귀와 맷돌 돌리는 나무인형도 사용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