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금’ 모아 두 딸에게 치킨 사주고 먹는 모습만 바라보는 아빠

By 김연진

자식을 향한 부모의 가없는 사랑을 그 누가 짐작할 수 있을까.

아마 우리는 그 마음을 가늠할 수도, 말로 표현할 수도 없으리라.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부모의 사랑이 여실히 느껴지는 모습들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여기, 햄버거를 먹기 위해 패스트푸드점에 들렀던 남성 사라잔(Jhunnel Sarajan)도 그랬다.

필리핀 마닐라에 거주하는 사라잔은 약 2년 전, 현지 유명 패스트푸드점을 방문했다.

그런데 여느 때처럼 햄버거를 먹던 중 놀라운 모습을 보게 된다.

#KwentongJollibeeI can't contain my emotion when I saw them in Jollibee. Walang kinakain si kuya, mapakain lang ang…

Posted by Jhunnel Sarajan on Saturday, March 11, 2017

앞 테이블에 한 아버지와 어린 두 딸이 있었는데, 두 딸은 신난 표정으로 치킨을 먹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버지로 보이는 중년 남성은 좀처럼 치킨에 손을 대지 않았다.

그저 빤히 두 딸이 치킨을 먹는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었던 것이다.

중년 남성의 깊이를 잃은 두 눈동자는 무엇을 말하고 있었던 것일까.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사진 속 중년 남성은 필리핀 마닐라의 판자촌에 거주하는 남성 라이언(Ryan)이었다.

ABS-CBN

그는 집 근처 시장에서 옥수수나 식료품을 팔면서 생계를 이어갔다.

날이 갈수록 집안 형편은 기울어갔다. 매정한 아내는 라이언과 어린 두 딸을 두고 자취를 감췄다.

하늘이 야속할 만큼 라이언에게는 불행이 이어졌다. 라이언은 뇌졸중에 걸려 병상 눕게 됐고, 더이상 돈을 벌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오직 한 달에 약 12만원뿐인 정부 지원금에 의존해 생활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라이언은 환자이기 이전에 한 집안의 가장이자, 두 딸의 아빠였다.

ABS-CBN

그는 치료비, 약값으로 써도 부족한 정부 지원금을 모아 두 딸이 가장 좋아하는 치킨을 사주고 싶었다.

결국 그 돈을 들고 두 딸의 손을 잡았다. 티 없이 맑게 웃으며 행복하게 치킨을 먹는 두 딸의 얼굴만 봐도 그는 행복했으리라.

이런 라이언의 모습을 사라잔이 발견한 것이다. 안타까운 사정을 듣게 된 사라잔은 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SNS에 공개했다.

사라잔은 “이 사진 한 장에서 아버지의 사랑이 느껴진다”라고 말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라이언을 도와줄 것을 간청했다.

사연이 알려지자 사회봉사 단체 및 지역 주민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 그에게 생계비를 전달하고, 두 딸의 교육비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shutterstock

또한 현지 유명 패스트푸드점 졸리비(Jollibee)는 라이언과 두 딸을 초대해 마음껏 치킨을 먹도록 해주는 특별한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어려운 형편에서도 딸들을 향한 뜨거운 부정을 보여준 라이언. 그는 부모가 자식을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는지를 몸소 증명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