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을 잃었지만 ‘여섯 번째 감각’으로 사물을 파악하고 인지할 수 있는 신기한 여성이 있다.
스코틀랜드에 사는 멜리나 케닝(47)은 딸이 두 살이던 20대 중반 뇌졸중으로 시각을 잃었다.
그는 ‘시각 피질’에 치명적 손상을 입었지만 입원했을 때부터 사물의 윤곽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하루는 그가 침대 옆 테이블에 초록색 가방이 놓여 있는 것을 ‘보고’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느냐”고 물어 가족들을 놀라게 했다.
가족들은 캐닝이 그저 색을 유추하고 상상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가족들에게 화가 났다.
캐닝은 다른 사람들의 생김새나 표정은 알지 못하지만 형체와 동작은 알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시력을 완전히 잃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의사에게 다시 진찰을 요구했지만, 의사는 여전히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고 진단했다.
그리하여 캐닝은 안과 전문의 고든 더턴 박사를 찾아갔는데, 고든 박사는 캐닝이 ‘맹시(blindsignt)’를 겪고 있다고 판단했다.
맹시란 시각적 자극 없이 사물을 보는 매우 드문 현상이다.
캐닝은 그 이후에도 떨어지는 빗물이나 찻잔 속 커피가 소용돌이치는 모양 등을 볼 수 있었다. 또 딸의 미소와 얼굴은 볼 수 없지만, 걸을 때 묶은 머리가 흔들거리는 것은 볼 수 있다.
‘맹시’ 연구를 위해 캐닝은 캐나다·네덜란드 등 전세계에서 열리는 안과 학회에 참석해 맹시 연구를 돕고 있다.
그가 이미지를 보고 사물을 인식하는 동안 뇌의 움직임을 살피는 실험 연구를 통해, 그가 사물을 볼 때 뇌가 이미지를 인식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캐닝은 “앞이 보이지 않아도 무언가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이상한 증상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