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어머니가 음식 싸주셨는데 빵터졌다’는 제목으로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이 네티즌은 “주말에 본가에 다녀왔는데 어머니가 못난 아들 먹으라고 이것저것 싸주셨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는 음식 보따리를 풀다가 갑자기 빵터지고 말았다.
부침개를 싸주신 어머니가 다른 음식과 혼동될까 봐 종이에 ‘붙인개’라고 자상히 써주셨기 때문이다.
그는 “갑자기 어머니가 생각나면서 왜이리 어머니가 귀엽게 느껴지던지”라며 “못난 아들 어머니 덕에 잘 먹고 있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3글자가 뭔가 뭉클하다” “눈물 나잖아” “어머니가 붙인개라시면 붙인개가 맞는 거다” “엄마들은 다 짜고 저러시는 건가” “엄마 보고 싶다” 등 댓글을 남겼다.
한 네티즌은 정일근 시인의 ‘어머니의 그륵’을 남겨 감동에 감동을 더하기도 했다.
정일근/ 어머니의 그륵
어머니는 그륵이라 쓰고 읽으신다
그륵이 아니라 그릇이 바른 말이지만
어머니에게 그릇은 그륵이다
물을 담아 오신 어머니의 그륵을 앞에 두고
그륵, 그륵 중얼거려보면
그륵에 담긴 물이 편안한 수평을 찾고
어머니의 그륵에 담겨졌던 모든 것들이
사람의 체온처럼 따뜻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학교에서 그릇이라 배웠지만
어머니는 인생을 통해 그륵이라 배웠다
그래서 내가 담는 한 그릇의 물과
어머니가 담는 한 그륵의 물은 다르다
말 하나가 살아남아 빛나기 위해서는
말과 하나가 되는 사랑이 있어야 하는데
어머니는 어머니의 삶을 통해 말을 만드셨고
나는 사전을 통해 쉽게 말을 찾았다
무릇 시인이라면 하찮은 것들의 이름이라도
뜨겁게 살아있도록 불러 주어야 하는데
두툼한 개정판 국어사전을 자랑처럼 옆에 두고
서정시를 쓰는 내가 부끄러워진다
(현대시학 2001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