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연애를 할 때는 편하게 말을 하다가 결혼을 계기로 서로 존댓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부부가 되어 평생을 함께할 사이가 되었으니 서로를 좀 더 아끼고 공경하자는 의미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해서 낯 간지럽고, 주변에서 팔불출이라는 소리도 들었지만 두 사람 사이의 의견 다툼도, 존댓말로는 차분하게 조정할 수 있고, 서로 존중해 주는 느낌에 다른 집보다는 상당히 화목한 부부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주변에서 놀리던 사람들도 이제는 ‘보기 좋다’라고 칭찬하는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5살인 우리 딸 예솔이와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딸이 주방의 아내에게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예솔 엄마. 나 물 좀 갖다 줘.”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아직 어린 내 딸이 엄마에게 어떻게 이런 고압적인 말투를 사용하는 걸까?
고민은 길지 않았습니다. 예솔이는 제 말투를 흉내 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결혼 생활이 길어지고, 아이가 태어나고, 육아와 생활에 지치고, 이런저런 핑계로 저는 어느새 아내에게 반말하고 있었고, 존중을 잃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언제부터 말이 바뀌게 되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이후 아내에게 다시 존댓말을 쓰고 있습니다. 딸에게 부끄럽기도 하고, 제 아내는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귀하고 예쁘고 존대받을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뜻한 하루’ 독자 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