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네요.”
31년 전 실종돼 가족과 이별한 뒤 해외로 입양된 여성이 경찰 도움으로 가족과 상봉했다.
주인공은 24일 오전 대구지방경찰청 여청수사팀 사무실에서 생부 이세원(56)씨와 상봉한 이순애(36·여)씨.
순애씨는 1987년 1월 대구 북구 산격동 할머니 집 근처에서 길을 잃은 뒤 가족과 연락이 끊어져 복지기관을 거쳐 독일의 한 가정으로 입양됐다.
당시 운수업을 하던 아버지는 뒤늦게 딸을 잃어버린 사실을 알고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허사였다.
대구경찰청 장기실종수사팀의 도움으로 이날 극적으로 아버지를 찾게 된 순애씨는 아버지를 만나자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렸다.
모국어를 잃어버린 그녀는 중앙입양원에서 지원하는 통역을 통해 조심스럽게 소회를 밝혔다.
독일에서 캐나다 국적 아이스하키 선수인 남편 마르쿠스(34)씨를 만나 슬하에 아들(9)과 딸(5)을 둔 것과 양부모 가운데 어머니를 일찍 여읜 것, 양어머니가 먼저 세상을 떠나자 친부모에 대한 간절함이 더했다는 것 등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그녀는 간간이 험난했던 지난 세월이 생각난 듯 회한의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아버지 세원씨는 “아버지로서 딸을 잃어버리고 이제서야 찾게 된 것만으로도 죽을죄를 지은 것”이라면서 딸을 찾는 데 도움을 준 경찰과 중앙입양원 관계자 등에게 연신 감사를 표했다.
그는 순애씨에게 “31년 전 아빠가 일 나갈 때 ‘돈 많이 벌어와서 맛있는 것 많이 사줘’라고 말했던 것 기억나느냐”고 거듭 물었지만 순애씨는 야속한 세월을 탓하는 듯 거푸 고개를 가로저어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그는 “이제 (딸이) 독일 아니라 세상 어디에 가서 살든 마음을 놓을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순애씨는 “30여년 동안 아버지를 만나는 순간을 꿈꿔왔는데 오늘 실제로 만나니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앞선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