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뒤 러시아와의 핵전쟁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와 미국 간의 전면 핵전쟁이 일어날 경우 세계 인구의 70%가 사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럿거스대 환경과학과 앨런 로보크·릴리 샤 교수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이 만든 핵전쟁 시나리오와 그 결과를 소개했다.
로보크·샤 교수 연구팀은 과학저널 ‘네이처 푸드‘(Nature Food) 16일자를 통해 핵무기 보유국 간의 핵전쟁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연구팀이 만든 시나리오는 인도–파키스탄 간 핵전쟁 등 소규모 핵전쟁 시나리오 5가지와 미국–러시아 간 대규모 핵전쟁 시나리오 1가지였다.
시나리오마다 핵폭발 때 발생하는 방사능 낙진의 양을 추정하고 이에 따른 기후변화와 옥수수, 쌀, 밀, 콩, 가축, 어류 등 주요 식량의 생산량 변화를 예측했다.
먼저 인도와 파키스탄 간 소규모 핵전쟁 시 500만t의 방사능 낙진이 하늘을 뒤덮으면서 5년간 세계 식량 생산량이 7% 감소하고, 2억5천500만 명이 기아로 숨질 것으로 추정했다.
두 나라가 더 큰 규모의 핵전쟁을 벌일 경우 4천700만t의 그을음과 먼지가 발생하면 기아로 인한 사망자는 25억1천2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과 러시아가 전면 핵전쟁을 벌이면 그야말로 인류는 절멸한다.
1억5천만t의 방사능 낙진이 발생하면 기후변화가 일어난다. 이후 3~4년간 세계 식량 생산량의 90% 정도가 줄어들고 53억4천100만 명이 굶어죽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미국과 러시아가 전면 핵전쟁을 벌인 뒤 음식물 쓰레기를 모두 재활용하고 가축 사료로 사용하는 곡물까지 모두 식량으로 써도 50억 8천100만 명이 굶어 죽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핵폭탄 폭발로 인한 직접 사망자 수는 기아 사망자보다는 훨씬 적었다.
핵폭발 직접 사망자는 인도-파키스탄의 소규모 핵전쟁 시 2천700만 명, 미국-러시아의 전면 핵전쟁 시 3억6천만 명으로 추산됐다.
로보크 교수는 “어떤 규모의 핵전쟁이든 세계 식량 체계를 파괴해 수십억 명이 죽을 것을 보여주는 정보는 충분하다”며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언젠가 사용될 수 있고 세계는 몇 번이라도 핵전쟁에 직면할 수 있어서 유일한 장기적 해법은 핵무기 금지뿐”이라고 말했다.
핵전쟁이 발생하면 폭발과 열, 방사능 등에 따른 직접 사망자보다 이후 이어지는 핵겨울(핵전쟁 발생 이후 예상되는 저온현상)과 그에 따른 식량 생산 감소로 인한 기아 사망자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핵전쟁 규모에 따른 피해 정도를 구체적으로 예측하는 연구는 드물다.
현재 핵무기 보유국은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파키스탄, 인도, 이스라엘, 북한 등 9개국으로 알려졌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으로 러시아(5천977기), 미국(5천428기), 중국(350기), 프랑스(290기), 파키스탄(165기), 인도(160기), 이스라엘(90기), 북한(20기) 등이 모두 1만2천705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