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남부 및 동부 점령지를 자국 영토로 합병하는 조약을 30일 오후 3시(이하 현지시각) 크렘린궁 성조지홀에서 체결할 예정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9일 “푸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우크라이나 내 4개 지역, 즉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점령지의 병합 조약에 서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들 지역에선 지난 23일부터 닷새간 주민투표가 있었다. 개표 결과 87~99%의 찬성으로 러시아 편입 안이 가결됐다.
우크라이나와 미국 등은 주민 투표가 조작됐으며 전쟁 점령지 강제합병은 국제법 위반으로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진영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뒤 빼앗은 땅을 강제로 합병한 책임을 물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 지역을 러시아 연방 영토로 편입하는 절차에 착수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의 병합 조약을 맺은 뒤 러시아 상·하원의 비준을 거치고, 푸틴 대통령이 최종 서명하면 병합 과정은 마무리된다.
오늘 조약 체결에는 점령지 4곳의 수장도 참석한다.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수반 데니스 푸실린, 동부 루한스크인민공화국 수장 레오니트 파센치크, 남부 자포리자주 친러시아 행정부 수반 예브게니 발리츠키, 남부 헤르손주 친러시아 행정부 수반 블라디미르 살도 등 4명이 모스크바에 집결해 있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이 전했다. 이들은 조약 체결 전 푸틴과 만나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러시아 당국은 이번 조약 체결을 애국심 고취를 위한 축제로 만들 계획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4개 지역 합병 조약에 서명하는 30일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대규모 록 콘서트를 연다”고 밝혔다. 이미 붉은 광장에는 대형 스크린은 물론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 러시아”라는 문구가 적힌 입간판이 설치돼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국은 당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강제합병을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29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D.C. 소재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남태평양 도서국 정상회의에서 “미국은 결코, 결코, 결코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결코(never)’라는 단어를 3번 사용하며 “주민투표는 완전한 가짜이며, 모스크바가 조작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푸틴의 제국주의적 야망을 추구하기 위해 유엔 헌장과 주권과 영토에 대한 국제사회 기본원칙을 완전히 무시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미 국무부는 바이든 대통령의 경고와 비판을 실행에 옮길 생각을 밝혔다. 국무부는 전날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러시아에 금융, 기술, 인권, 에너지, 군사, 기술 등의 분야를 표적으로 한 새로운 제재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유럽연합(EU)도 28일(현지시각)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의 일환으로 러시아산 원유가격 상한제와 70억유로 상당의 수입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9일(현지시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합병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세계가 위험의 순간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