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동물원에서 사육 중인 국제멸종위기 야생동물(CITES) 가운데 77.2%가 자연사가 아닌 ‘자연사 외’ 요인으로 폐사했다. 질병이나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15일 동아일보가 보도했다.
환경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 7월까지 국내 109개 동물원에서 사육하는 국제적 멸종위기 야생동물 가운데 총 1854마리가 폐사했다. 동물원이 신고한 폐사 원인 가운데 1432마리(77.2%)가 자연사가 아닌 다른 요인이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 3월까지 국내 동물원에서 폐사한 동물은 멸종위기종을 포함해 총 6613마리다. 심지어는 인수공통감염병 전염으로 폐사한 동물도 있었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이하 질병관리원)이 한 동물원의 의뢰로 2021년부터 2022년 8월까지 이곳의 야생동물 8종을 검사한 결과 ‘우(牛)결핵’ 감염이 확인됐다. 질병관리원이 해당 동물원으로부터 추가 검사를 의뢰 받아 조사한 결과 담당 사육사로부터 감염된 것이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동물원은 사육 동물들의 질병 및 사고 관리에 소홀한 편이다. 전문가들은 현행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동물원은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다. 사실상 누구나 동물원을 만들어 운영할 수 있다. 서식 환경, 동물 복지에 관한 가이드라인도 없고 수의사는 비상근 촉탁의만 있으면 된다.
실제 대구의 한 동물원에서는 오랫동안 동물들을 방치한 사실이 시민 제보로 뒤늦게 확인되기도 했다. 이 동물원은 휴원 신고를 한 뒤 사육하는 동물들을 방치했다.
이후 지자체와 동물보호단체 공동 조사 과정에서 동물원 측이 병사한 낙타를 토막 내 호랑이 먹이로 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동물원 대표 A씨가 “주말 장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사체를 치워야 한다”며 사육사들에게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A씨는 동물 학대 혐의로 실형을 받았지만, 현행법상으로는 이 대표가 다시 동물원을 차려도 막을 방법이 없다. 이런 제도적 허점을 막기 위해 국회에서는 현재 동물원·수족관법과 야생생물법 법안 개정을 추진 중이다.
개정안은 동물원 개설을 허가제로 바꾸고, 수의사 의무 보유 기준을 신설하는 한편 동물원 점검 시 전문 동물감시관을 동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종별 사육기준 마련, 돌고래 등 전시 금지종 지정, 동물에게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를 가하는 행위도 금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