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경기 지역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큰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일본 도쿄(東京) 인근에 건설된 ‘거대 빗물 저장시설’이 주목을 끌고 있다.
“한국도 저런 거 하나 만들자”, “우리도 필요할 듯”등의 반응이 온라인에서 확산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0일 과거 무산된 ‘대심도 빗물 터널(빗물저류배수시설)’을 재추진한다고 밝혔다.
도쿄 인접지역에 설치된 세계 최대크기 지하 방수로
도쿄 거대 빗물 저장시설의 정식 명칭은 ‘수도권외곽방수로(首都圏外郭放水路)’다.
도쿄 북쪽 사이타마현 가스카베시에 지하 22m에 설치된 거대 물탱크로 길이 177m, 폭 78m, 높이 25m로 세계 최대 규모다.
총 67만t의 물을 한 번에 저장할 수 있으며 4대의 펌프를 모두 가동하면 길이 25m 수영장 1개 분량의 물을 1초 만에 퍼낼 수 있다.
한화로 약 2조 3000억 원을 들여 14년간 공사해 2009년 완공했다. 국토교통성 소속 에도강 하천사무소에 따르면 이 시설은 200년에 한 번 닥치는 폭우에 대비할 수 있는 규모이다.
59개의 콘크리트 기둥이 물탱크 천장을 떠받치고 있는 형상이어서 ‘지하 신전’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 지역 하천의 범람이 예상되면 하천 물을 끌어와 저장했다가 에도강으로 배출하는 시설로 도쿄 도심의 홍수 방지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진 않는다.
한국도 무산됐던 ‘대심도 빗물 터널’ 11년 만에 재추진
앞서 2011년 7월 우면산 산사태 직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은 강남, 광화문, 양천구 신월동 등 상습 침수 지역 7곳에 대심도 터널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지하 40~50m 깊이에 지름 10m 정도의 대형 배수관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후 오 시장이 물러나면서 계획은 무산됐다.
다음 선거에서 당선된 박원순 당시 시장이 강남 대심도 터널 공사에 반대하는 여론을 받아들이면서 양천구 신월동에만 32만t 규모의 저류 능력을 보유한 대형 배수관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2020년 5월 완공된 이 배수관은 시간당 95~100㎜의 폭우를 처리할 수 있는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 이다.
그리고 지난 8일 ‘물 폭탄’이 쏟아지면서 서울 곳곳이 침수 피해를 입으면서 오세훈 시장이 계획했던 대심도 터널 계획이 주목을 받게 됐다.
이날 강남역 인근 도로와 인도에서 물이 넘치면서 차량이 침수됐고,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그렇게 11년 전에 무산됐던 ‘대심도 빗물 터널’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됐다. 지난 10일 오 시장은 박 전 시장이 폐기한 대심도 빗물터널 추진을 다시 꺼냈다.
오 시장은 “이번 폭우 사태에서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의 유효성이 명확하게 드러났다”며 “신월 빗물저류시설이 건립된 양천지역의 경우 침수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1년 이후 중단됐던 상습 침수지역 6개소에 대한 대심도 터널 건설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는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할 경우 지방채 발행을 통해서라도 이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이 밝힌 데 따르면 새로운 대심도 터널은 시간당 처리 용량을 기존의 ’30년 빈도 시간당 95㎜ 강우량’ 기준에서 최소 ’50년 빈도 시간당 100㎜ 강우량’으로 높이고, 항아리 지형인 강남은 ‘100년 빈도 시간당 110㎜ 강우량’을 감당할 수 있도록 상향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1단계로 이번에 침수 피해가 컸던 강남역 일대와 도림천, 광화문에 2027년까지 대심도 터널 공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이어 2단계로 동작구 사당동, 강동구, 용산구 일대를 대상으로 관련 연계사업이나 도시개발 진행에 맞춰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공사할 계획이다.
대심도 빗물 터널 건설에 향후 10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총 3조 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또 대심도 터널과 병행해 기존 하수관로 정비, 소규모 빗물저류조, 빗물펌프장 설치 등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