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과 소금, 육류를 과다 섭취하고 알곡과 과일, 견과류 등을 과소 섭취하는 것과 같은 잘못된 식습관이 건강을 위협하는 최대 요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세계 각국에서 모두 1천100만명이 잘못된 식습관과 연관된 요인으로 수명을 단축했다는 것이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세계 사망자 5명당 1명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그 피해는 담배를 능가한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 대학 부설 보건계량평가연구소의 크리스 머레이 소장이 이끄는 연구진이 3일(현지시간) 의학 전문지 랜싯 최신호를 통해 잘못된 식습관이 미치는 영향을 상세히 소개했다.
유엔은 전세계적으로 근 10억명이 영양실조 상태에 있고 근 20억명이 영양 과다 상태에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머레이 소장이 주도한 연구는 건강 식단이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연구진은 157개국을 대상으로 1990년부터 2017년까지 가공육과 가당 음료, 트랜스지방, 소금, 과일, 채소, 알곡, 콩, 우유, 견과류를 포함한 15개 식단 구성 요소의 소비량, 350여개 질병으로 인한 조기 사망 추세를 면밀히 조사했다.
이를 통해 내린 결론은 거의 모든 국가에서 건강에 유해한 식품은 많이 먹는 대신 유익한 식품은 우려스러울 정도로 적게 먹는다는 것이었다.
일례로 가당 음료의 세계 평균 소비량은 권장량보다 10배나 많았고 나트륨의 1인당 소비량은 권장량을 8% 가량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공육의 평균 소비량은 권장량 2g보다 두배가 많은 4g이었다.
반면에 견과류의 세계 평균 소비량은 하루 3g으로, 권장량인 21g과 비교하면 12%에 불과했다. 통밀과 같은 알곡의 평균 소비량은 하루 29g으로, 권장량인 125g과 비교하면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잘못된 식습관과 관련된 질병으로는 심혈관 질환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세계 각국에서 거의 1천만명이 심혈관 질환으로 목숨을 잃어 암(91만3천명), 2형 당뇨병(33만9천명_)을 압도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잘못된 식습관과 연관된 사망률은 우즈베키스탄이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아프가니스탄, 마샬 군도, 파푸아 뉴기니, 바누아투 순이었다.
우즈베키스탄의 사망률은 최하위인 이스라엘보다 무려 10배나 높은 것이다. 이스라엘에 이어 프랑스, 스페인, 안도라 등도 최하위권에 속했다.
이 밖에 미국은 43위였고 영국은 23위로 평가됐다. 중국은 140위, 인도는 119위로 분류됐다.
연구진은 경제적 불평등이 다수 국가에서 잘못된 식단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부국에서는 과일과 채소의 권장량을 섭취하는 데 드는 비용이 가구 소득의 2%에 불과하지만 빈국에서는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머레이 소장은 이번 연구는 “수년전부터 많은 이들이 생각했던 바, 잘못된 식습관이 범세계적으로 여타 요인보다 사망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을 확인해 준다”고 논평했다.
지난 1월 스웨덴의 비영리 단체인 EAT가 30여명의 영양. 농업, 환경 전문가들을 모아 최적의 식단을 연구토록 한 결과도 이와 유사한 것이었다.
붉은 살코기는 물론 가당 식품, 정제 곡물 등의 섭취를 억제하고 알곡, 견과류, 과일, 각종 채소의 섭취가 바람직하다는 것이 이들의 권고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