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국어에 자신이 있었던 대학생 최씨는 얼마 전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한 고객에게 “커피 나왔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고객이 다짜고짜 화를 낸 것. 이 고객은 “왜 손님에게 존칭을 안 쓰냐, 여긴 직원 교육 안 시키냐”며 최씨를 나무랐다.
최씨는 과연 그날 비난받을 말을 한 것일까?
‘-시’는 동사 또는 형용사에 붙여 존칭을 나타내는 선어말어미로 문장의 주체를 높이는 높임법이다. 높임의 주체는 반드시 사람이어야 하고 말하는 사람보다 윗사람이어야 한다.
따라서 ‘커피 나오셨습니다’가 아닌 ‘커피 나왔습니다’, ‘해당 제품은 품절이십니다’가 아닌 ‘해당 제품은 품절입니다’가 맞는 표현이다.
하지만 이러한 언어파괴는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자주 들을 수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도 “죄송하지만 지금 자리가 없으셔서 조금만 기다려 주시겠어요?”하며 양해를 구하거나, 음식이 나오면 “스테이크 나오셨습니다” 등 말을 흔히 들을 수 있다.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정씨 역시 “그 영화는 매진되셨습니다”, “상영관은 이쪽이십니다”라고 말하는 게 버릇이 됐다.
특히 친절과 정성이 중요시되는 서비스 직종에서 이런 현상은 더 심하다.
최씨도 그날 고객의 클레임 이후 사물 존칭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지만 어쩔 수 없이 ‘커피 나오셨습니다’를 쓰기로 했다.
국립국어원에서 조사한 ‘2015년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에 따르면 사물 존칭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의견(55.6%)이 긍정적인 의견(22.4%)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났지만, 아직도 사물 존칭이 잘못됐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시민들로 인해 지금도 커피는 계속 ‘나오시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