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에 ‘돌아가기 버튼’이 없는 언어학적 이유

By 박 형준 인턴기자

‘언어천재’ 조승연이 설명하는 아이폰에 돌아가기 버튼이 없는 이유가 이목을 끌고 있다.

조승연에 따르면, 그는 30대의 한국 전문직 남성/여성 20명을 대상으로 아이폰이 갤럭시 시리즈에 비해 불편한 점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중 10명 이상이 제시한 답안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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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기 버튼’이 없어서 불편해요.”

물론 이를 명확한 통계적 자료로 활용하기는 곤란하나, 아이폰에 관한 대중의 인식을 엿보는 대략적인 지표로는 볼 수 있겠다. 이에 관해 조승연은 자신이 목격한 일화를 소개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shutterstock)

2007년 프랑스 가전제품 매장에 방문한 조승연은 흥미로운 장면을 목격했다. 세탁기를 구매하기 위해 매장에 온 프랑스 신혼부부가 처음에는 LG 세탁기를 사려는가 싶더니, 복잡한 버튼에 겁을 먹고는 곧바로 다른 세탁기를 찾아 떠났다는 것이다.

성능 면에서 월등한 LG 세탁기였지만, 이후에 방문한 고객들 10명 중 8명이 마찬가지로 복잡한 버튼을 본 후 자리를 떴다. 조승연은 “왜 이렇게 버튼이 많아?”라는 고객들의 코멘트에 의미심장한 지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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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연은 아이폰 또한 같은 맥락 안에 있다고 주장하며 “서양 제품은 단순해 보이고 한국 제품은 복잡해 보인다”며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배경을 ‘묘사언어학’을 통해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요약하자면, 그 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편리한 UI/UX(사용자 환경)은 그 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한 문법 구조와 관련이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서양인들은 인도―유럽 언어의 문법적 특성을 배우며 자랐다. 이 언어의 특징은 ‘중심 단어’가 있고 그 단어를 수식하는 ‘보조 단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조승연은 “어렸을 때부터 이런 언어로 생각해 온 서구 사람들은 하나의 큰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세부적인 것으로 들어가는 것을 순서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어는 인도―유럽 언어와는 완전히 다른 특성을 지닌다. ‘중심 단어’가 아닌 각자의 단어에 조사가 붙고, 이렇듯 각각 수식된 단어들을 총체적으로 인식해 문장을 이해하는 구조라는 것.

조승연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 아이디어에서 세부적인 서브 아이디어로 발전하는 방식, 이를테면 ‘구글식 검색법’보다 하나의 총체적인 검색 엔진을 제공하는 네이버에 친숙함을 느끼는 이유는 여기서 비롯된다.

아이폰과 갤럭시의 차이 또한 마찬가지다. 말하자면 갤럭시는 동양적 인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기기이고, 아이폰은 서구적 인식을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것. 따라서 많은 한국인들이 아이폰 시스템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현상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 조승연의 설명이다.

조승연은 언어 구조의 차이는 장벽이 될 수도,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한국식 사고방식을 해외에 전파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해외시장에서 한국 제품이 가진 경쟁력이 먹혀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언어적 차이가 새로운 문화를 만들 수도 있으며, 동시에 한 나라가 만들어낸 상품의 가치를 저평가 받도록 만들 수도 있다는 가설. 이러한 생각을 접한 네티즌들은 대체로 ‘흥미로운 통찰이다’, ‘생각해볼만한 주제다. 재미 있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다’, ‘너무 과감하게 일반화한 설명이다’ 등의 반응 또한 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