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전역에는 한 달째 ‘주인 없는’ 노란 자전거가 드문드문 서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운영하는 공유자전거 ‘카카오T바이크’다.
지난달 6일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전거를 성남시에 600대, 인천광역시 연수구에 400대 설치했다.
일반 자전거는 아니다. 페달을 살짝 밟으면 전기모터가 작동해 힘을 적게 들이고도 멀리 갈 수 있는 ‘전기자전거’다.
시행한 지 한 달, 여전히 카카오T바이크는 잘 운영되고 있을까.
성남 판교신도시로 향한 기자는 카카오T 앱에 결제카드 정보 등을 입력하고 지도에서 자전거를 확인했다.
때마침 100m 거리에 자전거 한 대가 있었다. 걸어가는 사이 혹시 다른 사람이 먼저 사용할까봐 자꾸만 앱을 들여다봤다.
드디어 자전거 앞에 도착했지만, QR코드를 인식하자 ‘충전이 필요한 자전거’라는 맥빠지는 설명이 나왔다.
지도에 나타난 자전거 아이콘을 누르면 자전거 종류와 충전상태를 알 수 있는데, 모르고 무작정 걸어온 상황이었다.
다시 200m 떨어진 곳에 있다는 다른 자전거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90% 충전된 어피치 자전거’라는 걸 미리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카카오 바이크는 2종류가 있다. 어피치와 라이언이다. 어피치는 20인치 크기 바퀴에 기어는 1단이다. 라이언은 7단 기어에 바퀴도 24인치로 크다.
안장 높이를 레버로 조절하고 큐알코드를 찍으니 ‘철컥’하며 뒷바퀴를 고정시키는 잠금장치가 풀렸다.
드디어 페달을 굴렸다. 전기모터가 돌면서 ‘슁’ 하는 소리와 함께 자전거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체감상 예상보다 빠른 느낌이었다.
카카오바이크는 안전을 위해 최대속도가 20km/h다. 전기자전거로 자전거전용도로를 달리려면 속도가 25km/h 이하여야 한다는 점도 고려됐다.
타기 전 가졌던 ‘운동 좀 되겠지’하는 생각이 사라졌다. 한번 페달을 밟으면 몇 미터는 쭉 나아갔기에 ‘운동된다’보다는 ‘편하다’는 느낌이었다.
판교 테크노파크공원에서 인근 아파트까지 1km 구간에 탑승시간은 10분 남짓. 자전거에서 잠금장치를 채우자 스마트폰에는 1000원이 결재됐다는 문자 메시지가 날라왔다.
서비스 지역 내 어느 곳이든 주차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편한 골목에 세웠다.
세운 뒤 10분 넘게 자전거 위치가 지도상에 표시되는지 확인해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위치확인에 시간이 걸리는 모양이었다.
기본 15분에 요금은 1000원, 5분 추가될 때마다 추가 요금이 500원이다.
30분이면 2500원, 1시간이면 5500원이다. 최대 시속 20km로 15분간 이동한다고 가정할 때, 1000원으로 약 5km 이동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성남 정자동에서 판교까지 달릴 수 있는 거리다.
택시 기본요금이 2km에 3800원임을 고려하면, 교통 체증이 심한 길을 빨리 이동할 때 경제적일 수 있다.
그간 공유자전거를 종종 이용했다는 김건호(야탑동.42) 씨는 “이용요금이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만, 수리비나 관리에 들어가는 노력을 생각하면 필요할 때만 탈 수 있어 경제적”이라고 평했다.
그는 또 “출근길에 차가 많이 밀릴 때도 요긴하다”고 덧붙였다.
시범사업 한 달 남짓된 카카오T바이크.
자전거전용도로의 부족, 시스템 오류, 헬멧 사용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적잖은 상황에서 실제로 상용화로 이어질지, 카카오의 교통분야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