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나무 중에는 ‘너도밤나무’와 ‘나도밤나무’가 있다.
우리나라 식물명에는‘너도’ ‘나도’라는 접두사가 흔하다. 어떤 식물과 비교적 가까우면 ‘너도’가 붙고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식물이면 ‘나도’가 붙는다. 조상들의 재치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울릉도에 자생하는 너도밤나무는 밤나무와 다르지만 열매의 맛이 밤 비슷하고 잎 모양도 밤나무에 가까워 “그래 너 정도면 밤나무라고 할 수 있지”라고 인정해 준다. 분류학상으로도 너도밤나무는 밤나무와 같이 참나무목 참나무과에 속해 친척관계라고 할 수 있다.
비슷한 나무들이 외국에도 많이 있지만, 학명상으로 분류된 너도밤나무는 원산지가 한국이다. 즉 한국특산식물로 현재 너도밤나무는 울릉도에서만 볼 수 있다. 열매는 먹을 수는 있지만 떫어서 먹기는 쉽지 않다.
반면 나도밤나무는 열매가 밤 비슷한 것 빼고는 밤나무와 닮은 데라고는 없다. 좀처럼 남들이 밤나무로 봐주지 않는데 자신만 “나도 밤나무야”라고 억지를 부리는 꼴. 그래서 나도밤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실제로 무환자목 나도밤나무과여서 밤나무와는 전혀 인척관계가 없다. 가로수에 많이 쓰이는 마로니에가 나도밤나무과의 대표 식물이다.
나도밤나무에 대한 또 한가지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신사임당이 율곡을 임신했을 때, 꿈 속에서 현무가 나와 말하기를 율곡은 호환으로 죽을 운명이지만 밤나무 100그루를 심으면 호환을 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신사임당은 밤나무 100그루를 열심히 심었지만 한 그루가 말라 죽는 바람에 결국 실패했다. 결국 밤나무 100그루를 다 심지 못했다며 호랑이가 율곡을 잡아가려고 했는데, 옆에 있는 나무가 “나도 밤나무야!”라고 말해서 간신히 호환을 면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밤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그런데 이 나도밤나무과의 마로니에 열매는 밤처럼 생겨 입으로 쏙 들어가기 쉽다. 특히 어린이들이 자주 밤으로 오인해 먹고 탈이 나곤 한다. 이에 가로수로 마로니에를 많이 심은 천안시는 해마다 주의를 당부하곤 한다.
천안시는 “마로니에 열매는 밤과 매우 비슷하게 생겼지만 밤과 달리 사포닌과 글루코사이드 등 독성 물질이 들어 있어 섭취 시 설사나 구토 등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며 “열매에 독성이 있는 만큼 따먹지 말라”고 경고하곤 한다.
마로니에는 봄철에 촛불 모양의 흰 꽃이 만개하고, 여름철에 잎이 사람 손바닥만 해 울창한 녹음 효과를 주고 가을철에는 노랗게 물들어 공원수나 가로수로 인기를 끄는 수종이다. 이산화탄소 흡수율도 높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