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 “냄새난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눈총을 잔뜩 받는 은행나무에는 사실 아주 많은 고마운 점이 있었다.
지난 1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가을에 은행나무 냄새난다고 싫어하는 분, 사실 이렇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게시글이 게재됐다.
최근 열매가 노랗게 익고 떨어져 특유의 쿰쿰한 냄새를 풍기는 은행나무를 꺼리는 행인이 많다.
“악취만 나는데, 은행나무를 왜 가로수로 심는 거예요?!”
그렇다. 우리나라는 가로수로 은행나무를 많이 심는다.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적합한 여러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도심은 자동차 매연, 유해한 중금속 등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많다. 은행나무는 이 오염물질을 탁월하게 빨아들여 자정 작용을 한다. 공기를 정화시키고 미세먼지도 잡아준다.
두 번째 이유는 더 중요하다.
은행나무 주위에는 벌레들이 들끓지 않는다. 은행나무 외에 우리나라에서 가로수로 많이 심는 플라타너스 나무를 살펴보자.
활엽수인 플라타너스 나무는 송충이 등 해충이 끼기 쉽다. 실제 플라타너스 나무를 가로수로 많이 심은 지역에서 이른바 ‘벌레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가을마다 언론에 전해진다.
반면 은행나무는 모기 등 해충들을 막아준다. 벌레가 득실거리는 여름~초가을철에도 은행나무는 다른 나무들에 비해 벌레가 잘 안 꼬인다.
게다가 은행나무는 사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한국에서는 가로수로 볼 수 있는 은행나무가 멸종위기라는 게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은행나무 야생종은 동아시아 일부에서만 볼 수 있다.
은행나무가 우리나라 날씨와 땅에서 잘 자라는 덕분에 가로수로 흔하게 보이는 것.
냄새나는 은행나무를 다른 가로수로 바꿔달라는 민원이 많아지면서 최근 지자체에서는 은행이 떨어지기 전에 미리 열매를 수확하는 작업도 펼치고 있다. 이에 더해 은행나무 암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그러니 은행나무, 너무 미워하지 말자. 냄새는 좀 나더라도 착한 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