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자주 유포되는 ‘우울증 잘 걸리는 MBTI 순위’는 과연 믿을만한 사실일까.
정신과 전문의들은 MBTI 성격 유형과 우울증 사이의 정확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최상욱 진심정신과의원 원장은 “MBTI는 병원에서는 쓰이지 않는 분류”라며 “심리 검사 자체의 신뢰성이 의학적으로 없기 때문에, 이를 우울증 같은 질환과 연관시키는 것이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정석훈 아산병원 정신의학과 교수 역시 “특정 성격 유형 때문에 우울증이 생긴다고 보기보다는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나에 대해 확실히 알 수 있는 성격 검사는 외부 상황의 불확실성을 견디기 위한 방법”이라면서도 “많은 사람을 한 유형으로 묶어서 정의내리는 태도는 지양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MBTI와 우울증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들은 존재한다.
미국 노스캐롤리이나 대학에서 130명의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ISFP가 29%로 가장 많았고 INFP가 15%로 그 뒤를 이었다.
MBTI를 만든 마이어스와 브릭스가 1985년 작성한 MBTI 매뉴얼에서도 ISFP와 INFP 성격이 우울한 경향을 지닐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일종의 경향성이지, 정확한 인과관계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특정 MBTI기 때문에 우울증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우울증에 걸린 후 MBTI를 측정하니 ISFP나 INFP라는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MBTI 성격 유형 검사와 우울증에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일종의 경향성을 보일 수는 있으나, 이는 우울증 증상이 특정 성향과 비슷하게 표출된 것일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특정 MBTI가 우울증에 잘 걸린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