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남성이 자신의 차량과 접촉사고가 난 택시기사를 살해한 뒤 집 옷장에 숨긴 사건과 관련, 택시기사를 집으로 유인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27일 채널A는 지난 20일 오후 10시쯤 경기 고양시의 한 삼거리에서 발생한 이모(32)씨 차량과 택시기사 A(60)씨 차량 접촉사고 상황이 담긴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흰색 SUV 차량이 큰길로 우회전을 하기 위해 나와있고 직진하던 택시가 이 차량 앞부분을 그대로 들이받는다.
잠시 뒤 두 운전자 모두 차에서 내리더니 횡단보도 앞에 서서 한동안 대화를 나눈다. 두 사람은 택시를 이리저리 살피고는 약 15분 뒤 두 차량이 나란히 현장을 떠난다.
두 사람은 차를 타고 이씨가 살던 파주시의 아파트로 6㎞가량 이동했다.
A씨는 이로부터 5일 뒤 이씨 집 옷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A씨에게 음주운전 사실을 신고하지 않으면 합의금을 준다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 것으로 파악됐다.
A씨를 둔기로 살해한 이씨는 숨진 A씨가 몰던 택시를 자신의 집에서 800m 떨어진 공터로 몰고 간 뒤 걸어서 귀가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택시에 있던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삭제한 뒤 빼냈다.
이씨의 범행은 옷장 속에서 A씨 시신을 발견한 이씨의 여자친구가 지난 25일 오전 11시20분쯤 경찰에 신고하면서 발각됐다. 발각 전 이씨는 A씨 가족들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A씨인 척 보내며 범행을 은폐하려는 시도도 했다.
이씨는 또 범행 후 A씨의 신용카드로 대출을 받는 등 닷새간 5000만원가량을 빼돌렸다. 카드 사용 내역에는 신고자인 여자친구에게 명품 가방을 선물한 내용도 있었다.
경찰은 정확한 살해 동기 등을 파악하기 위해 숨진 A씨 시신에 대해 부검을 의뢰하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또 이씨의 SUV 차량에서 택시 블랙박스의 메모리카드를 발견해 포렌식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지난 26일 이씨에 대해 살인 및 사체 은닉,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사 과정에서 이씨는 현재 자신이 거주 중인 집주인 50대 여성 B씨를 지난 8월 살해한 뒤 시신을 가방에 넣어 파주시 교하동 공릉천변에 유기했다고 추가로 자백했다. 이씨는 B씨를 전 여자친구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시신 수색에 나섰으나 유기 시점이 4개월 지난 데다 최근 한파로 강이 얼어붙어 수색에 난항을 겪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