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인출기 위에 돈다발을 수북하게 쌓아놓고 입금을 하던 보이스피싱범이 ‘베테랑 경찰관’에게 딱 걸렸다.
지난 17일 부산 연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2시 28분께 코로나19 부스터샷을 맞으러 가던 정찬오 경감은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연산동의 한 은행 앞을 지나가는데, 한 남성이 현금인출기 위에 5만원 지폐를 다발로 쌓아두고 입금하고 있었던 것.
이상한 낌새를 느낀 정 경감은 혹시 남성이 눈치챌까 봐 지나가는 척 걸어가며 남성의 행동을 주시했다.
그런데 남성이 들고 온 종이봉투에서는 계속해서 돈뭉치가 튀어나왔고, 남성은 그 돈을 어디론가 보내고 있었다.
35년 차 베테랑 정 경감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행 현장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재빨리 112에 신고했다.
이에 멈추지 않고 남성이 자리를 뜰까 걱정해, 정 경감은 현금인출기 문을 두드리고 남성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다.
“내가 급하게 돈을 찾아야 하는데 이렇게 많은 돈을 입금하면 어떻게 합니까?”
정 경감이 따져 묻자, 남성은 당황했고, 이윽고 말다툼이 벌어졌다.
두 사람이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해 보이스피싱 전달책 A(20대)씨를 붙잡았다.
A씨가 갖고 있던 돈은 피해자에게 가로챈 2,400만원이었고, 그중 200만원을 현금인출기로 송금한 상태였다.
매의 눈으로 보이스피싱범을 붙잡은 정 경감은 경찰 생활 35년 중 26년을 수사부서에서 근무하고, 정년을 1년 앞둔 베테랑 경찰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