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어머니와 50대 아들이 자택에서 숨진 지 한 달 만에 발견됐다.
이들은 각각 지병을 앓고 있었으며 오랫동안 생활고에 시달렸지만, 90년 전 지어진 낡은 집을 가졌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 급여 대상에서 제외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서울 혜화경찰서에 따르면 20일 오전 10시 50분쯤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한 낡은 1층 한옥에서 어머니 한모(82) 씨와 아들 이모(51) 씨가 숨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수도사업소 직원이었다. 수도 요금이 90만원이나 밀려 이를 이상하게 여기고 현장 점검을 나갔다가 숨진 모자를 발견한 것이다.
방문 당시 대문이 활짝 열려 있었고, 집 내부에서는 물이 새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모자가 살던 집은 1930년대 지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 있을 정도로 낡고 허름한 집이었다.
이들은 어려운 형편에도 이 낡은 주택을 소유하고 있어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집은 가족분쟁 등 이유로 매매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생활고에 시달리던 이들이 한 달 전쯤 지병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노모는 하반신을 쓰지 못해 거동이 불편했고, 아들은 관절과 신장 질환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은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창신동 모자의 비극을 언급했다.
오 시장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이 이런 가슴 아픈 일을 겪지 않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돌아가신 분들은 다 쓰러져 가는 집이 한 채 있다는 이유로 기초수급자 선정에 제외되면서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면서 자신의 공약인 ‘안심 소득’을 강조했다.
오 시장은 “시범사업 중인 안심 소득 시스템이 이미 작동 중이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니 더욱 비통한 심정”이라며 “안심 소득 실험을 반드시 성공시켜 시민의 삶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