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m 나무 심거나 21개층 철거?” 입주 앞둔 ‘왕릉뷰’ 아파트의 운명

By 이서현

김포 장릉 인근에 들어선 ‘왕릉뷰’ 아파트 주변 경관을 분석한 결과 아파트를 최대 21개 층까지 철거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 제기된 나무를 심어 아파트를 가리는 방안에 대해서는 최대 58m에 달하는 수목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0일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실에 따르면 문화재위원회는 문화재청에 ‘왕릉뷰 아파트’ 경관 관련 시뮬레이션을 요청했다.

보고서에서는 아파트 일부 동을 자르거나 철거하는 방안, 또는 나무를 심어 아파트를 가리는 방안 두 가지가 논의됐다.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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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김포 장릉이 위치한 산의 능선, 인근 아파트 높이 등을 기준으로 아파트 최고 높이와 최고 층수를 분석했다.

장릉에서 계양산을 볼 수 있으려면 문제가 된 아파트의 20개 동을 자르거나 철거해야 가능하다.

이미 골조공사가 완료된 상태라 건물을 자르기는 쉽지 않고 사실상 허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가 된 아파트는 20층에서 25층에 달한다.

문화재 심의 기준인 최고 높이 20m 기준에 맞추려면 3개 아파트에서 문제가 되는 동을 모두 4층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나무를 심어 아파트를 가리려면 33m에서 58m, 높게는 아파트 20층 높이 나무들을 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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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가 들어서기 전후 모습 [좌] 한국관광공사 [우] SBS 뉴스
건설사들은 통나무 자르듯 몇 개 층을 덜어낼 수 없어 ‘일부 철거’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기술적으로 가능해도 잔존 건물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높이 기준을 맞춰 ‘일부 철거’라는 결정이 나오더라도 ‘완전 철거’ 이후 재시공이 불가피하다는 것.

또 나무를 심는 방법에 대해서도 그런 나무를 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결국 나무를 심더라도 계양산을 가리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문화재청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소위원회에서 추가 검토를 진행해 최종안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배현진 의원은 “건설사와 지자체의 방조와 문화재청의 직무유기 사이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라며 “입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문화재청에서 언제까지 결론을 내릴지 명확한 입장부터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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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장릉은 조선 16대 왕 인조의 부모인 원종과 인헌왕후를 모신 능으로 지난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인조의 무덤인 파주 장릉과 김포 장릉 그리고 인근의 계양산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진 경관 덕분이었다.

해당 아파트로 인해 경관이 훼손된다면 장릉과 함께 등재된 조선 왕릉 40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취소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한편, 문화재청은 2017년 1월 김포 장릉 반경 500m 안에 짓는 높이 20m 이상 건축물은 개별 심의한다고 고시했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심의를 받지 않고 고층 아파트를 지었고, 결국 문화재청은 이들에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