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간 돌본 중증 장애인 딸을 살해한 60대 이 모 씨에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엄마 이 씨를 위해 남편과 아들, 며느리, 사돈 등 온 가족이 재판부에 탄원서를 냈다.
탄원서에는 가족이 그간 겪었던 일들이 담겼다.
앞서 이 씨는 지난 5월 23일 인천시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딸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살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후 검찰은 지난 8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 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이 씨의 딸은 뇌 병변 1급 중증 장애인이었으며, 사건 발생 몇 달 전에는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이 씨 남편은 생계를 위해 다른 지역을 돌며 일했다.
30대 아들은 결혼 후 분가해 이 씨 홀로 돌봄을 도맡는 상황이었다.
특히 코로나 여파로 최근 3년 가까이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기도 어려웠다고 한다.
가족들은 이 씨가 그 와중에도 갓 지은 밥을 좋아하는 딸을 위해 매일 두 끼 새 밥을 지어 먹일 정도로 정성을 들였다고 전했다.
이 씨는 범행 후 자신도 수면제를 먹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6시간 뒤 아파트를 찾아온 아들에게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아들은 탄원서에서 “존경하는 재판장님, 40년 가까운 세월 누나를 돌보며 보이지 않는 감옥 속에 갇혀 살아오신 어머니를 다시 감옥에 보내고 싶지 않다”라고 적었다.
아들은 “어머니에게 누나의 장애는 결코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라며 “대소변 냄새, 침 냄새나지 않도록 수시로 옷도 깨끗이 입히고 지극 정성 간호해왔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어머니는 항암치료도 하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누나의 모습에 견디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뿐”이라며 “제발 지금껏 힘들게 버텨온 저희 가정이 무너지지 않도록 간곡히 선처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 씨의 시누이는 “자기는 여행 한 번 못 가면서 다른 가족들이 불편해할까 봐 ‘딸은 내가 돌볼 테니 가족 여행 다녀오라’고 하는 사람이었다”라고 썼다.
그의 며느리도 “기회만 주신다면 시어머니를 평생 곁에서 돌보며 함께 살고 싶다”라고 탄원했다.
아들은 법정에서도 “우리 가족이 엄마를 모시고 살면서 지금까지 고생하며 망가진 엄마의 몸을 치료해 드리고 싶다”라고 울면서 선처를 호소했다.
한편 이 씨에 대한 재판부의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9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