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전 연쇄살인범 이춘재에게 초등학생 딸을 잃은 아버지가 사망했다.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선고를 불과 두 달 앞두고 있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용복(69) 씨 가족은 지난 2020년 3월 국가를 상대로 2억 50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김 씨의 딸 김 양(당시 8세)은 1989년 7월 7일 화성 태안읍에서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사라졌다.
이 사건은 30여 년간 미제 가출 사건으로 남아 있었다.
이후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가 2019년 이춘재 사건을 재수사하는 과정에서 김 양이 이춘재로부터 살해당한 사실을 확인했다.
수사본부는 이춘재로부터 “범행 당시 줄넘기로 두 손을 결박했다”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수사본부는 사건 당시 경찰이 고의로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보고 김 양 실종 사건 담당 형사계장 등 2명을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했다.
30여 년 전 경찰이 김 씨와 김 양의 사촌 언니 참고인 조사에서 김 양의 줄넘기에 대해 질문한 것이 확인되고, 사건 발생 5개월 뒤 인근에서 김 양의 유류품이 발견됐는데도 가족에게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할 때 혐의가 상당하다고 인정했다.
뒤늦게 딸이 살해당한 사실을 알게 된 김 씨 부부는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김 씨의 아내는 소송을 제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김 씨 부부가 모두 숨지면서 아들이자 김 양의 오빠가 홀로 소송을 맡게 됐다.
김 씨 가족 변호인은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아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라며 손해배상 금액을 2억 5000만 원에서 4억 원으로 변경했다.
변호인은 “신체 건강하고 충분한 기대 수명이 남아있던 김 양의 부모는 경찰의 위법 행위가 밝혀진 지 불과 2∼3년 안에 모두 사망했다”라며 “경찰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려 한 행위의 영향이 결코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선고일은 오는 17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