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의 경찰이 한밤중 추위를 피해 지구대를 찾은 할머니를 내쫓은 일이 알려지면서 공분이 일었다.
그런데 해당 일을 문제 삼지 못하도록 할머니를 회유한 정황까지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사건은 지난해 12월 14일 0시 5분쯤, 70대 할머니 A씨가 부산역에서 마지막 기차를 놓치면서 시작됐다.
당시 돈도 없고, 갈 곳도 없었던 A씨는 우선 몸을 녹이기 위해 인근에 있는 부산동부경찰서 소속의 한 지구대를 찾았다.
하지만 A씨는 40여 분 만에 경찰에 의해 한쪽 팔이 잡혀 밖으로 끌려 나갔다. 다른 경찰은 지구대 문을 걸어 잠그기도 했다.
A씨는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고 다른 경찰서를 찾아갔다.
도착한 경찰서에서는 담요와 히터를 제공해줬고 A씨는 새벽 첫차를 타고 목적지로 간 것으로 전해졌다.
며칠 뒤 지구대를 다시 찾은 A씨는 당시 일을 문제 삼기 위해 CCTV 영상을 요구했다.
경찰은 CCTV를 보려면 모자이크 처리를 해야 하며 그 비용으로 최대 300만원 정도가 든다고 설명했다.
A씨는 MBN에 “모자이크를 한다고 해서 ‘모자이크가 뭐예요?’ 그랬다”며 “(CCTV에 찍힌 사람 얼굴을) 다 지워야 한대. 그러면 몇백만 원이 든다니 늙은이가 이거 되겠나 싶어서 포기했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 측의 주장과 달리 실제로 A씨가 지불한 모자이크 비용은 30만원 이하였다.
A씨는 비싼 CCTV 열람 비용에 부담을 느껴 스스로 정보공개청구를 포기하도록 경찰이 회유한 것처럼 느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정보공개 청구 요구에 따라 모자이크 업체를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한 결과 시간당 60만원으로 파악됐다. A씨가 나온 CCTV영상이 5개여서 최대 3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나올 수 있다고 안내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경찰은 논란이 거세지자 사건 한 달 반 만인 지난 28일 공식 사과를 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또 해당 지구대에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는데, 항의 전화를 받은 경찰이 “아! 그럼 계속 화내세요”라고 응대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 경찰이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길을 잃은 백발의 할머니를 경찰관이 업은 사진을 올린 것이 알려져 역풍을 맞았다.
평소 같으면 훈훈한 장면으로 여겨졌을 이 장면은 A씨 논란으로 인해 “쇼”라고 비난받고 있다.
A씨는 당시 지구대 근무자들에 대해 고소장을 냈고, 경찰은 자체 진상 파악과 함께 고소장에 따른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