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이 세상을 떠나고 30년은 정말로 많이 변했지만, 너에 대한 그리움은 나이가 들수록 더해지고, 네가 보고 싶다” (2022년 2월)
30년째 매달 2~3통씩 답장이 오지 않는 편지를 쓰는 아버지의 사연이 전해졌다.
7일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경북 경산시에 사는 전태웅(72)씨의 아들, 고(故) 전새한 이병은 스무 살이던 1991년 군에 입대했다가 6개월 만에 사고로 순직했다.
이후 국가유공자가 된 전 이병은 이듬해 국립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아버지 전 씨는 그 뒤로 ‘전새한 앞’이라고 쓴 편지를 대전현충원에 부친다. 2012년 대전현충원에 호국 영령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는 ‘하늘나라 우체통’이 생긴 뒤에는 현충원을 찾을 때마다 편지를 우체통에 넣었다.
전 씨가 아들에게 닿길 바라며 하늘로 보낸 편지만 30년간 900통이 넘는다. 그 정성에 대전현충원 직원들은 물론이고, 관할 우체국에서도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밤비 내리는 계룡산 자락의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이곳은 비가 많이 내렸는데, 네가 있는 곳은 침수되지 않았는지?” (2012년 8월)
“너를 가슴속에 수십 년이나 묻고 살아온 아빠, 엄마가 불쌍하지 않니? 오늘 밤은 네 모습을 꿈속에서라도 보면 얼마나 좋을까?” (2014년 1월)
“네가 이 세상을 떠나고 30년은 정말로 많이 변했다. KTX 열차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 반이다. 그렇지만 너에 대한 그리움은 나이 들수록 더해지고 네가 보고 싶다” (2022년 2월)
편지에는 부모의 안부를 궁금해할 아들을 위해 일상을 기록했고, 때로는 아들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 배어 나왔다.
전 씨는 편지를 쓸 때마다 옷장에 걸어놓은 아들의 ‘보이스카우트’ 단복과 군복을 만져본다고 했다. 가족들이 “편지 그만 쓰고, 아들을 잊어라”라고 말했지만, 아버지 전 씨는 그럴 수 없었다.
전 씨는 조선일보를 통해 “미안한 마음이 들어 편지를 쓴다. 생전 아들이 비싼 옷, 명품 신발을 사 달라고 할 때마다 아들에게 ‘화려하기보단 실속 있게 살아라’라고 말했는데, 지금은 그게 후회스럽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편지만큼은 가장 화려하고 좋은 것을 고른다. 형형색색의 꽃이나 과일, 동물 등 그림이 가득 그려진 종이에 편지를 쓴다”라며 “잘해준 것 없는 아버지지만 훗날 저승으로 갔을 때 새한이가 내 손을 꼭 잡아주기를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