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토록 신기한 인연이 또 있을까.
물에 빠져 죽을뻔한 소년과 이 소년을 구한 이름 모를 은인이 한 직장에서 다시 만났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손학승(61, 당시 31세)씨는 충청남도 당진시 석문면 교로리 선착장에서 형과 함께 낚시하던 중이었다.
그때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아이와 그 옆에서 “쟤 좀 살려주세요”라며 소리치는 다른 아이를 발견했다.
물에 빠진 아이는 친구와 물놀이 중 위험에 빠진 당시 14살 전민협 씨였다.
민협 씨는 자신을 구하기 위해 누군가 옷을 빠르게 벗는 모습을 본 것을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었다.
학승 씨는 속옷 차림으로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었고 바다에 떠 있는 민협 씨를 구조해 밖으로 나왔다.
이어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을 5분 동안 실시하며 민협 씨를 살리기 위해 애썼다.
다행히 생사의 갈림길에 있던 민협 씨는 의식을 되찾았고, 병원에서도 무사히 퇴원했다.
하지만 자신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한 것이 내내 죄책감으로 남았다.
당시 민협 씨의 가족은 학승 씨의 신원을 알아내려고 노력했지만 도저히 알 길이 없었다.
시간은 흘러 14살이던 소년은 어느덧 40대 가장이 됐다.
어느 날, 민협 씨는 직장 휴게실에서 한 상사가 26년 전 물에 빠진 한 아이를 구조한 적이 있다고 말하는 걸 듣게 됐다.
그런데 상사가 말하는 이야기 속 아이의 상황이 자신과 너무 흡사했다.
민협 씨는 어디서 아이를 구했는지 물었고 ‘교로리 선착장’이라는 답을 들었다.
대략 91년도였다는 것까지 일치하자 민협 씨는 “그게 저예요!”라고 외쳤다.
26년만의 갑작스러운 재회에 두 사람은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반가워했다.
민협 씨는 사실 학승 씨가 자신의 목숨을 2번이나 구했다고 말했다.
사연인즉슨, 물에 빠져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검진을 하던 과정에서 민협 씨 복부에 있던 암이 발견된 것.
이후 민협 씨의 가족은 학승 씨를 만나 식사를 하며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했다.
학승 씨는 민협 씨의 손을 잡으며 “망둥이 잡으려다 큰아들을 하나 잡았다”라며 웃었다.
과거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를 통해 알려진 이 사연은 두고두고 회자하며 큰 감동을 전했다.
누리꾼들은 “진짜 하늘이 맺어준 운명의 짝이다” “정말 영화같다” “착한 상사 덕분에 두 번째 삶을 이어가네요” “만날 인연은 만난다더니” “보면서 울컥했네요” “진짜 가족 맞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