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 거리 ’50분’ 걸려서 온 배달원에 오히려 감사 인사 전한 이유

By 이서현

한 청년이 늘 시켜 먹는 가게에서 국밥을 주문했다.

보통 배달하는데 15분~20분 걸리는 곳이었다.

그런데 배달원이 음식을 픽업했다는 메시지가 뜨고 난 후 50분이 지나도 음식이 도착하지 않았다.

짜증이 나서 가게에 전화하려던 순간 벨이 울렸다.

‘대체 어떤 사람이 배달을 하길래…’

얼굴이라고 한 번 보려는 마음에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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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는 몸이 불편해 보이는 할아버지 한 분이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서 있었다.

순간 당황한 청년은 “아니 어르신…”소리가 절로 나왔다.

할아버지는 오늘이 처음 배달을 해 보는 거라고 털어놨다.

걸어서 배달하는 데 다리까지 불편해서 늦었다며 연신 사과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사정은 들은 청년은 “괜찮습니다. 어르신…괜찮습니다”라며 오히려 할아버지를 위로했다.

인사를 하고 들어가려는데 할아버지가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캔 사이다 하나를 꺼냈다.

너무 늦어서 미안한 마음에 건물 1층 편의점에서 샀다고 했다.

청년은 거절하는 게 더 죄송할 것 같아 두 손으로 받아들고서 잘 먹겠다며 인사했다.

할아버지는 절뚝절뚝 걸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돌아갔다.

그 뒷모습을 모며 청년은 존경심이 들었다고 했다.

다 식은 국밥을 받아들고서도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이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된 사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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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배달이 일상화되면서 60대 이상 노년층도 배달에 뛰어들고 있다.

누구든 큰 제약없이 소일거리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어르신들은 도보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배달 품질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할아버지는 늦은 배달에 진심으로 미안함을 느꼈고, 청년은 그 사정을 여유로운 마음으로 이해했다.

웃으며 식은 국밥을 주고받는 두 사람의 모습은 요즘 같은 시기 더 귀하게 여겨지는 풍경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