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에서는 오세훈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에게 ‘몰표’를 준 20대 남성의 표심이 화제였다.
KBS, MBC, SBS가 지난 7일 공동 발표한 출구조사에서 18~19세 및 20대 남성의 72.5%가 오 후보를 찍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 요인을 분석한 정부 보고서가 재조명됐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지난 2019년 2월 18일 ’20대 남성지지율 하락 요인 분석 및 대응방안’이라는 제목으로 작성한 현안 보고서다.
정책기획위는 문재인 대통령의 100대 국정과제에 대한 자문기관이다. 해당 보고서는 국민주권 2소 분과에서 작성됐다.
보고서는 당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주요 여론조사에서 20대 남성의 지지도가 20대 여성에 비해 현저히 낮은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 한국갤럽 조사에서 20대 남성 국정 지지율은 87%에 달했으나 2018년 12월에는 41%로 떨어졌다.
반면 20대 여성의 지지율은 63%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보고서는 2018년 6월 여성들이 주도한 불법 촬영·편파 수사 규탄 시위(혜화역 집회)를 기점으로 20대 남녀 간의 정치의식 격차가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20대 여성은 민주화 이후 개인주의, 페미니즘 등의 가치로 무장한 새로운 진보집단으로 급부상했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20대 남성 사이에서 자신들의 이익이나 입장을 대변할 세력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졌고, 실리주의를 우선시하면서 정치적 유동성이 강한 실용주의 집단으로 변화했다고 분석했다.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두고 발생한 기성세대와 20대 남성 간 차이점도 짚었다.
보고서는 “기성세대가 공정, 인권, 연대 등 보편적 가치에 기반했다면, 20대 남성에서 공정성은 능력주의에 기반한 절차적 공정성으로 축소됐다”고 밝혔다.
기성세대와 여성의 공정성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극복하는 구조적 공정성이라면, 20~30대 남성의 공정성은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20대 내부의 ‘젠더 갈등’ 상황도 고찰했다.
보고서는 “20대 남성은 대북인식, 병역, 여성정책 등 여러 측면에서 20대 여성과의 인식 차이가 매우 크다”며 “자신들이 느끼는 역차별 및 박탈감 요인이 성별 할당제, 가산제 등 민주화 이후 지속적으로 강화된 여성 편익 친화적 정책에 기인한다고 믿는다”고 평가했다.
또한 여권 내 일부 정치인의 젠더 편향적 정책행보나, 20대 남성을 고려한 통합적 정책 메시지 부재·소통 의지 결여 등 요인도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했다.
보고서는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을 개선하려면 ‘신정하고 균형 있는 메시지 전략’을 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고위 관료들이나 정치인들이 성평등 및 남녀불평등 관련 지수나 통계를 편향적으로 선택, 활용하지 않도록 신중하고 균형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할당제 등으로 역차별을 당하는 남성들의 입장을 헤아려 신중하고도 절제된 표현을 사용하도록 지침 설정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2019년 당시 해당 보고서는 “20대 여성을 왜곡·폄하하고 있다” 등 논란을 일으켰지만, 한편으로는 “20대 남성의 지지율 하락 원인을 정확히 분석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나름대로 현상을 정확하게 파악하려고 노력한 보고서”라면서 “정부가 문제점, 해결책을 다 알고 있었음에도 방관했고, 결국 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