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게 살인사건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옥살이를 했던 윤성여(54) 씨가 25억 원 상당의 형사보상금을 받게 됐다.
지난 10일 수원지법 제5형사부는 지난달 19일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윤 씨에게 형사보상금 25억1720여만 원 지급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윤 씨 측이 지난 1월 25일 청구한 내용을 그대로 인용, 법이 허용하는 최대치의 형사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어 “기록에 나타난 구금의 종류 및 기간, 구금 기간에 받은 손실의 정도, 정신상의 고통, 무죄 재판의 실질적 이유가 된 사정 등을 고려하면 청구인에 대한 보상금액은 구금 일수 전부에 대해 법령이 정한 최고액으로 정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윤 씨의 무죄가 확정된 2020년 최저임금(8시간 근무) 6만 8720원을 기준으로 했다.
형사보상법이 정한 상한은 최저 일급의 5배로, 이를 적용하면 34만 3600원이다.
여기에 윤 씨의 총 구금일수 7326일(1989년 7월 25일∼2009년 8월 14일)을 곱해 형사보상금을 책정했다.
윤 씨가 범인으로 몰렸던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발생했다.
13살 중학생 박 모양이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유일하게 이춘재 관련 모방 범죄로 알려졌다.
당시 경기 화성 소재 농기구 수리센터에서 근무하던 22살 윤 씨가 범인으로 지목됐다.
경찰은 윤 씨가 담을 넘어 박양을 살해했다고 이미 결론을 정해놓은 상태였다.
소아마비로 담을 넘을 수 없다고 항변하는 그를 강압수사를 통해 자백을 받아냈다.
윤 씨는 결국 무기징역을 받게 됐고, 관련 수사로 경찰관 5명이 승진했다.
그는 청주교도소에서 옥살이했다. 교도소 내에서도 따돌림을 당하고 가족도 외면하는 상황이었다.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 그를 유일하게 믿어준 이가 당시 교정 공무원인 박종덕 계장이었다.
그가 20년 만에 모범수로 출소한 후 다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던 사람도 박 교도관이 유일했다.
윤 씨는 2019년 9월 이춘재가 8차 사건의 범인이 본인임을 자백하고 난 후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같은 해 11월, 그는 수원지법에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해 12월 무죄를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