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말을 아꼈던 윤석열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윤 대통령은 9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이십몇 년을 수감 생활하게 하는 건 안 맞지 않느냐. 과거의 전례에 비춰서라도”라며 특별사면에 긍정적인 뜻을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뇌물 횡령 혐의로 징역 17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윤 대통령이 거론한 전례를 보면 내란죄 등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은 무기징역, 노태우 전 대통령은 17년형을 받았다.
그러나 1997년 특별사면으로 전 전 대통령(751일)과 노 전 대통령(768일)은 약 2년의 옥살이 끝에 밖으로 나왔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됐다 사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감 기간은 4년 9개월(징역 22년 확정)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여권을 중심으로 이 전 대통령 사면의 필요성 주장도 대두되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CBS라디오에 출연해서도 “우선 전직 대통령 두 분이 수감됐다가 한 분(박근혜 전 대통령)은 나가셨고 또 한 분은 계속 수감 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좀 불행한 일”이라며 “형평성 차원이나 국민 통합 차원에서 저는 사면을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사면은 고도의 정치 행위다. 여러 가지 고려할 사항들이 많다”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국민여론이 좋지 않은 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 대한 사면 요구도 함께 제기될 가능성이 있는 점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사면을 검토하게 된다면 8·15 광복절 특사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등으로 100조 원의 혈세를 탕진한 장본인을 사면하는 것에 국민이 공감할지 의문”이라며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반대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20년을 구형했던 사실상의 당사자가 바로 윤 대통령이었다는 점도 다시 회자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된 2018년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 대통령이었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수사를 지휘했다.
검찰은 당시 이 전 대통령에게 최고 징역 23년과 벌금 320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죄를 물어 20년을 구형했던 장본인이 특별사면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놓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