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동·하계 패럴림픽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최우수선수(MVP)에게 수여하던 상이 있었다.
바로 한국인의 이름을 딴 ‘황연대 성취상’이다.
1988년, 한국 최초의 장애인 여의사인 황연대 씨가 ‘오늘의 여성상’을 수상하면서 받은 상금을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에 전액 기부하면서 제정됐다.
1988년 서울 패럴림픽 때부터 지난 2018년 평창 동계패럴림픽까지 IPC는 장애인올림픽 정신을 빛낸 최고의 선수에게 황연대 씨의 이름을 딴 ‘황연대 성취상’을 수여해왔다.
황연대 성취상은 한국인의 이름을 딴 상 중에서 국제적으로 알려지고 운영되는 유일한 상이었다.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 때부터는 황연대 성취상 시상식을 폐막식 공식 행사로 채택하기도 했다.
수상자는 평창 동계패럴림픽 때 알파인 스키의 애덤 홀(뉴질랜드)과 노르딕 스키의 시니 피(핀란드)를 포함해 총 28명이다.
하지만 2020 도쿄 패럴림픽을 앞둔 지난 2019년 11월, IPC는 공문을 통해 대한장애인체육회에 “내부 반대 및 일부 국가의 부정적 의견 등을 종합해 고려한 조처”라며 황연대 성취상 운영 불가 방침을 최종 결정해 통보했다.
갑작스러운 결정에 당연히 대한장애인체육회는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IPC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지어 벌써 황연대 성취상을 대체하는 새로운 상을 제정한 후였다.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서는 황연대 성취상 대신 일본이 후원하는 ‘아임파서블어워드(I’m Possible Award)’가 신설돼 수여됐다.
황연대 씨의 건강 악화 이후 안정적 재정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동안 그 틈을 일본이 파고든 것으로 추정됐다. 실제로 일본은 ‘아임파서블어워드’의 재정을 위해 2억 원 정도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황연대 성취상’은 아쉬움을 남기며 33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한편, ‘아임파서블어워드’는 일단 도쿄 패럴림픽에서만 이뤄지는 것이었고, 이번 베이징 패럴림픽에서 수여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