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직후 소련군에 의해 봉쇄된 서베를린에 아이들을 위해 ‘사탕 폭탄’을 투하해 감동을 준 전직 미군 조종사가 별세했다.
향년 101세.
17일(현지 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미군 조종사였던 게일 할보르센은 전날 미국 유타주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승전국이었던 미국·영국·프랑스와 구소련은 패전국이었던 독일 전역과 수도 베를린을 각각 서쪽과 동쪽으로 나눠 분할 점령했다.
그런데 구소련이 서베를린의 공산화를 위해 이곳으로 들어가는 육상길을 완전히 봉쇄했다. 식량이나 연료 등 생활필수품이 떨어지면 서베를린 시민들이 알아서 굴복하리라 생각한 것.
이에 미국 등은 서베를린의 공산화를 막기 위해 공수작전을 펼쳐 보급을 이어갔다.
최근 사망한 할보르센은 당시 공수작전에 참여했던 28살의 미 공군 조종사였다.
사실 전쟁으로 친구들을 잃었던 할보르센은 독일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으나, 처참한 서베를린의 상황을 보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특히 현지에서 만난 독일 아이들을 보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고, 그는 독일 아이들을 위해 ‘사탕 투하 임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했다.
할보르센은 생전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식량이 필요한 베를린 시민 상당수가 여성과 어린이들이었다”면서 “이후 베를린 사람들에게 내가 ‘초콜릿 삼촌’으로 알려지면서 수많은 감사 편지를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할보르센은 ‘사탕 폭격기’로 불리며 미국과 독일 양국에서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당시 할보르센이 참여한 대규모 공수작전을 통해 약 200만 명의 시민이 굶어 죽을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구소련은 결국 1949년 6월 봉쇄를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