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2년 대조선국과 미합중국 사이에 ‘조미수호통상조약수교’가 체결된다.
이 조약은 한국 역사상 서양 국가와 맺은 최초의 조약이며, 이 조약을 시작으로 조선은 유럽 열강들과도 외교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조약 체결 1년 후 민영익 등 개화파 인사들로 구성된 ‘보빙사’라는 친선 사절단이 서방 세계에 파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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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조약을 체결한 미국으로 건너간 보빙사는 미국 대통령 체스터 아서를 만났다.
여담으로 보빙사 관원들이 아서에게 대뜸 ‘큰절’을 해서 현지인들을 매우 당황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사실 이는 한국식 예절을 먼저 행한 것이며, 절을 한 후에는 미국식으로 악수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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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이후 보빙사는 곧바로 유럽 열강들을 만나기 위해 다시 바다를 건넜다.
유럽 순방 도중 수에즈 운하를 지나가면서 잠시 이집트를 들렀는데, 조선인으로는 처음으로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피라미드’를 직접 구경하기도 했다.
그 당시 피라미드 등반 및 탐사가 유행이었는데, 안내를 도왔던 선교사 측에서 보빙사 관원들에게 이를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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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보빙사 관원들은 다음과 같이 말하며 단칼에 거절했다고 한다.
“천한 백정의 무덤이라도 함부로 밟지 않는 게 예법이거늘, 하물며 다른 나라의 국왕의 무덤을 밟는다는 건 어느 나라 예법이냐”
그들은 바다 건너서도 예법을 중요시하는 진정한 선비들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