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현장에 국가는 없었습니다.”
“사망 일시도 사인도 모르고…어떻게 부모가 자식을 보낼 수 있나요?”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22일 처음으로 입장을 표명했다.
유족들은 정부에 진정성 있는 사과와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 그리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족들이 모여 직접 목소리를 낸 것은 참사 24일 만에 처음이다.
희생자 김인홍 씨의 어머니는 “오스트리아 국적인 아들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알기 위해 연세어학당에 공부하러 왔다가 이태원에서 희생당했다”며 “나라를 이끄는 분들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게 참으로 답답하다”고 성토했다.
딸 민아 씨를 잃은 이종관 씨는 방송통신대 컴퓨터학과에 재학하며 낮에는 직장 생활을 하던 평범한 아이였다며 밤만 되면 딸이 문을 열고 올 것 같다며 울먹였다.
그는 “이 참사와 비극의 시작은 13만 명 인파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라며 “당일 경찰이 기동대를 투입하지 않은 것은 일반 시민의 안전이 아니라 시위 관리나 경호 근무에 매몰돼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희생자 이남훈 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사망 증명서를 보여주며 “사망 원인도, 장소도, 시간도 알지 못하고 어떻게 아들을 떠나보낼 수가 있겠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유가족은 정부가 설치한 합동분향소에 대해서도 “저희 동의 없이 위패 없고 영정 없는 분향소를 설치해 2차 가해를 했다”면서 “그게 분향소가 맞는가. 그런 분향소를 보셨나. 저는 못 봤다”라며 질책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민변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 TF’의 도움을 받아 열렸으며, 유족 28명이 참석했다.
민변은 유족과 두 차례 간담회를 진행해 정부의 진정한 사과, 성역 없이 엄격하고 철저한 책임 규명 등 여섯 항목의 대정부 요구사항을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