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누군가의 노예로 여기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 삶을 되찾고 싶을 뿐입니다”
로이터, AP 통신 등에 따르면 한때 세계 무대를 주름잡았던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39)는 23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고등법원에서 진행된 성년후견인 변경 청구 소송에서 이같이 호소했다.
이날 법원은 브리트니의 입장을 직접 청취하는 심리를 열었고, 그는 화상연결을 통해 20여 분간 입장을 표명했다.
브리트니는 1999년 데뷔해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실은 친부의 속박에 얽매인 삶을 살았다고 폭로하며 친부의 법정 후견인 지위 박탈을 요청했다.
그는 후견인 제도를 ‘학대’라고 규정하고, “후견인 제도를 끝내고 싶다. 이 제도는 나를 나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내 삶을 되찾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어 “나는 누군가의 노예로 여기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불행하고, 불면증을 겪고 있다. 나는 분노에 휩싸여있고 매일 눈물을 흘린다”고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현지 언론은 그가 분노에 차 잠시도 쉬지 않고 매우 빠른 속도로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2008년 미국 법원은 브리트니의 친부 제임스 스피어스(69)를 그녀의 성년후견인으로 지정했다.
당시 브리트니는 남편과 이혼하고 자녀 양육권 소송을 진행하는 등 여러 일을 겪으면서 정신 이상 증세를 보여 두 차례나 병원에 실려 갔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되자 법원이 정신 감정 평가를 진행한 뒤 그의 아버지를 후견인으로 지정한 것이다.
피(被)성년후견인이 되면 재산은 물론 개인적인 일에 관한 결정 권한도 후견인에게 넘어가게 된다.
브리트니는 법원 조사관에게 성년후견인의 권한이 지나치게 크다고 불평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제임스는 브리트니가 누구와 데이트하는지부터 부엌 수납장 색깔을 결정하는 데까지 참견했고, 브리트니가 670억원의 자산가임에도 친부에게 매주 200만원의 용돈을 받아 가며 생활했다고 한다.
제임스가 후견인을 맡은 후 브리트니는 금세 건강을 회복해 음악 활동과 방송 활동을 재개했고, 법원은 그의 공로를 인정해 성년후견인으로서 지급되는 월급과 사무실 임대료 외에도 브리트니가 벌어들이는 수익의 일부를 나눠 갖도록 명령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제임스는 매달 1만6천달러(약 1820만원)를 월급으로 받았고 2천달러(약 227만원)의 사무실 임대료도 지원받았다. 2011년에는 브리트니 콘서트 ‘팜므파탈 투어’ 수익의 2.95%를 챙겼고, 2014년에는 공연과 브리트니 관련 상품을 판매한 수익의 1.5%를 받았다.
브리트니는 이 같은 상황에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조사관은 “그녀는 이용당하는 것에 질려 한다”며 “돈을 버는 건 자신인데 주변 사람들 모두가 자기에게서 돈을 받아 간다고 불평했다”고 기록했다.
브리트니는 이날 법정에서 “남자친구와 결혼해 아이를 낳고 싶지만, 친부가 피임 기구를 제거하는 것에 반대하는 등 자신의 의사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브리트니는 친부 대신 의료 매니저인 조디 몽고메리를 후견인으로 재지명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자산 관리는 금융기관 베세머 트러스트에 맡기고 싶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한편 친부 제임스 측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서 “의뢰인은 딸이 고통받는 데 대해 마음 아프게 생각하고 있다”며 “그가 딸을 사랑하며 딸을 매우 그리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LA 법원 앞에선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팬들이 ‘브리트니를 해방하라’는 문구를 외치며 집회를 열었다.